Governance/주주행동주의

SKT·KT·LGU+ 장비사 '쏠리드' 주주도 행동 나섰다…왜?

Numbers 2023. 12. 13. 21:56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쏠리드 본사 전경. (사진=쏠리드 홈페이지)


통신 장비기업 쏠리드의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쏠리드가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주환원책은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쏠리드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방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주주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쏠리드는 무선통신 분야의 이동통신 중계기와 광전송장비, 개방형 무선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한 기지국 관련 장비를 개발·판매하는 회사다. 주요 제품으로는 DAS(분산형안테나시스템), RF중계기 등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모두에 장비를 납품한다. 또 북미 시장을 주력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쏠리드 주주 오 모씨는 지난 8일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주주 열람 사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오씨는 해당 소송을 통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2023년 11월 29일 기준 주주명부와 최근 3년 정기주주총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쏠리드 관계자는 “등사는 주주의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며 “다만 주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달라고 회신을 했는데 증빙 자료가 오지 않았다. 법률에서 정한 서류를 갖춰 오시면 당연히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쏠리드 소액주주들은 주주소통 플랫폼 헤이홀더를 통해 주주연대를 구성했다. 헤이홀더에 따르면 13일 기준 소액주주들의 주식 비율은 2.15%(131만5384주)다. 당장은 주주들의 연대 구성이 진행중인 상황이라 경영권을 압박할 수준의 지분율이 모이진 않았다.

쏠리드 주주측은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주주환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헤이홀더는 “주주와 회사의 성장과 적정 기업가치를 방해하는 요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주주연대의 요구사항을 실효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쏠리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연속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주주환원책에 대해서는 그간 꾸준히 고민해왔다”며 “다만 회사 내부적으로 금리, 대출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당장 실적이 좋지만 미래를 위해 현금을 유보하는 등 여러 가지 고민할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쏠리드는 지난해 1주당 50원, 시가배당률 0.8%의 배당을 했는데, 배당률이 낮은 부분이 주주들이 생각한 것과 간극이 있었다”라며 “내부적으로도 안을 만들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쏠리드 대주주의 낮은 지배력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정준 쏠리드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8.3%에 불과하다. 여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포함해도 10.41%다. 반면 소액주주 비율은 88.43%로 매우 높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을 고려하면 소액주주연대는 물론 행동주의펀드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정 대표는 약 20%의 지분을 보유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30% 안팎이었다. 그러나 2016년 팬텍의 인수 여파로 인해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고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쏠리드는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했던 CB, RCPS가 이후 보통주로 전환 청구됐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됐다. 이에 따라 정 대표의 지분율은 2014년 18.4%로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으며, 2018년에는 9.7%로 한자릿수대 하락했다.

쏠리드는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7년 말 피티제일호와 2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피티제일호의 지분 24.8%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특수관계자 지분으로 확보했다. 쏠리드는 피티제일호의 지분을 매입·소각할 계획이었으나 피티제일호가 쏠리드의 주가가 높아지자 빠르게 주식을 팔면서 불발됐다.

쏠리드의 지배구조 상태와는 달리 사업 성과는 착실히 성장 추세다. 쏠리드는 지난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712억원, 영업손실 157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매출 2123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탈출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798억원, 영업이익 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8%, 366.4%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2235억원, 영업이익 24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9%, 129.4% 증가했다.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북미 시장의 매출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2021년 562억원이던 쏠리드의 미국향 매출은 2022년 889억원으로 58.2%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8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지난 수년간 쏠리드의 재무 상태도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2018년 144.2%였던 쏠리드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89.8%까지 낮아졌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76.9%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2018년 77.1%에서 2022년 111.3%까지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132.4%다. 통상 부채비율은 100% 이하, 유동비율은 200% 이상이면 이상적이라고 평가한다.

쏠리드는 현재 5G 네트워크 진화와 6G 네트워크 기반 기술인 오픈랜(이하 O-RAN)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다. 연구개발은 쏠리드가 지난 2021년 설립한 자회사 쏠리드랩스가 담당한다. O-RAN은 서로 다른 제조사의 기지국 장비를 상호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무선망 기술이다. 국내 이통3사와 글로벌 통신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사들은 현재 ‘오픈랜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장비 호환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 

O-RAN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통신사는 특정 장비 공급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간 기지국 장비 시장은 주요 글로벌 공급사의 과점시장 체제가 유지돼 왔기 때문에 쏠리드 입장에선 O-RAN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나오는 분야는 아니다. 쏠리드 측에 따르면 지난해 O-RAN 분야 매출은 100억원대 중반에서 200억원 사이다.

쏠리드 관계자는 “연간 성과(실적)는 지난해보다 분명히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O-RAN은 지난해보다는 늘겠지만 올해 시장 자체가 아직 활성화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 큰 수준의 실적이 나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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