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SK하이닉스, 차입금 감소세 뚜렷...투자비 효율화로 재무개선 지속

Numbers_ 2024. 8. 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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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차입금 감소세 뚜렷...투자비 효율화로 재무개선 지속

SK하이닉스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침체를 겪으며 30조원 이상 불어났던 차입금도 감소세로 돌렸다. 메모리 시장 반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활용했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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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침체를 겪으며 30조원 이상 불어났던 차입금도 감소세로 돌렸다. 메모리 시장 반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활용했다. 

방만한 투자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부채 부담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5조2000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14.5% 줄었다. 회사의 차입금 규모는 작년 3분기 31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증가세를 멈췄지만 올 1분기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2분기를 시작으로 재무 건전성 개선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차입금 추이. /자료 제공=전자공시시스템


특히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유동성사채 등이 포함된 유동차입금 중심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유동차입금은 6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9.1% 줄었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단기차입금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절반 규모가 사라졌다.

SK하이닉스가 빚을 갚는 데 주력했다는 사실은 현금흐름표에도 나타난다. 회사의 상반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음수로 전환했다.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10조500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규 차입으로 발생한 현금유입은 6조원에 그쳤다. 새롭게 빌린 돈보다 갚은 금액이 더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7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뚜렷한 감소세가 눈에 띈다.

차입금을 축소하면서 안정성 지표 역시 개선됐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76.5%로 지난해 말의 87.5%에서 크게 줄었다. 순차입금비율 역시 같은 기간 38.4%에서 26%로 안정화됐다. 지난해 상반기의 부채비율(78.9%), 순차입금비율(40.6%)과 비교해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이달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등급인 'BBB'로 높였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Baa2'로 유지하는 대신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대비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흐름 비중 추이.(단위:백만원)/자료 제공=전자공시시스템


SK하이닉스의 차입금 규모는 2020년 말 11조3000억원에서 2023년 29조5000억원으로 단기간에 불어났다. 2021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위해 3조5000억원의 외화장기차입금이 발생했고, 이듬해에도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는 가운데 운전자본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차입금이 3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며 사채와 유동성사채가 각각 3조원,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황기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설비투자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캐팩스 디시플린(설비투자 규범)'을 설립하고 수요를 예측하기 쉽고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중심으로 신중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 규모는 회사가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 내에서 집행하기로 했다.

통상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가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초과할 때는 공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며 수익이 급감한다. 2019년에는 12조7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발생했으나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흐름은 11조8000억원에 그쳤다. 1년 전 SK하이닉스가 전년 대비 64.8% 증가한 17조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등 업계가 투자를 늘린 탓에 공급과잉이 발생한 여파다. 2022년에도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흐름을 초과하는 설비투자가 집행됐고, 이후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메모리 반등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개선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투입된 자금은 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지만,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흐름은 11조7000억원으로 투자비를 크게 넘어섰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