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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장기 경쟁력은 역시 자본력

Numbers 2024. 8.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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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장기 경쟁력은 역시 자본력

보험사 순이익 증가 불구 자본 감소수익·자본 안정성이 지속 성장 조건제도변화 후 양보다 질 중심 경영해야올해 상반기도 보험사들이 순이익을 대규모로 실현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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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순이익 증가 불구 자본 감소
수익·자본 안정성이 지속 성장 조건
제도변화 후 양보다 질 중심 경영해야

 

 

올해 상반기도 보험사들이 순이익을 대규모로 실현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5대 손보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2% 증가한 4조8200억원을 넘어섰다. 5대 생보사 역시 순이익이 4% 감소했지만 여전히 2조6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IFRS17과 K-ICS 등 보험사 경영관리 제도 변화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시장은 여전히 경계심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상반기 보험사 순이익이 대규로 실현됐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는 이익이 쌓여 자본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비율이 취약한 보험사의 자본이 더 큰 비율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년 대비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자본이 4% 증가했지만 나머지 회사는 모두 감소했다. 주요 손보사 감소폭은 DB손보 2%, 메리츠화재 4%, KB손보 7%, 현대해상 10%, 롯데손보 24% 등이다. 생보사 역시 모든 생보사 자본이 줄었다. 삼성생명이 6% 감소한 것을 필두로 신한라이프와 한화생명 14%, KB라이프 15%, 교보생명 20%, 동양생명 24%, KDB생명 60% 등의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전년말 대비 시장금리 하락과 장기선도금리 유동성 프리미엄 조정 등으로 부채 할인율이 하락해 자산부채 듀레이션갭(ALM Duration Gap)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대부분 보험사의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성숙기에 진입한 보험업은 성장보다 경영의 질적 안정성을 더 챙겨야 한다. 주주환원을 높이고 회사 시장가치를 향상시키려면 수익과 자본의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자본을 안정적으로 비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IFRS17 도입으로 원가부채에서 시가부채로 보험회계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도입된 ‘해약환급금 준비금’도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본을 지키고 지불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보험 원가부채와 시가부채의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자본계정의 이익잉여금 일부를 떼어내 신설된 회계항목이다. 자본관리와 주주환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원가부채보다 시가평가한 부채가 작으면 그만큼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준비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장부상 계리된다. 평가이익이 증가해 자본이 늘고 배당 등 사외 유출 동인이 커질 수 있다. 보험계약의 실질은 바뀌지 않았는데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가정이 바뀌면 회계결산이 달라진다. 이를 근거로 장기적 기업가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이익잉여금에서 떼어내 별도 법정준비금으로 구분관리하고 배당가능재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K-ICS의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계약 유입 등의 영향으로 전년말 대비 대부분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크게 증가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이익잉여금 계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자본 안정성이 떨어지고 주주환원이나 자본관리에 부담이 커진다. 신규영업으로 CSM을 늘리고 CSM 상각액을 확대해 증가된 이익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전입액’이 더 많으면 배당 등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모든 보험사가 전년 말 대비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증가했다. 전년 말 대비 손보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증가율은 메리츠화재 64%, 삼성화재 55%, DB손보 29%, 현대해상 23%, 롯데손보 21% 등의 순으로 높다. 생보사 역시 한화생명 36%, 동양생명 29% 등 대다수 회사가 크게 증가했다. 참고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자본구성에서 차지하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의 비중도 전년 말 대비 모두 상승했다. 손보사의 경우 현대해상 77%, DB손보 40%, 롯데손보 38%, 메리츠화재 32%, 삼성화재 11% 등의 순이다. 생보사도 동양생명 37%, 한화생명 35%, KB생명 17% 등으로 낮지 않다. 보험회계의 근간을 이루는 계리적 가정과 경제적 가정이 바뀌면 경영 성과 결과가 달라진다. 올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과 관련된 제도를 바꾸게 되면 보험사 자본관리와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중요한 재무비율을 산출하고 관리하는 가장 원초적 기준이다. 자본이 흔들리면 다른 모든 지표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뢰가 떨어진다. 단순한 순이익 증가 만으로 보험사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주주환원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등 제도의 변경 때문에 자본비율이 자주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시로 일어나는 제도 변화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험사 스스로 실질적 자본관리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IFRS17 회계제도에서 보험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로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이 도입되면서 모든 보험사가 추진하는 최우선 과제가 됐다. CSM 측정 역시 계리적 경제적 가정의 산물이다. CSM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정의 적정성 논란과 제도적 규제 필요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논란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규모보다 수익과 자본력으로 보험사 경영을 한단계 높이는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