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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자이익 증가 달갑지 않은 은행권

Numbers_ 2024. 8. 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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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자이익 증가 달갑지 않은 은행권

금융안정 중시 한국은행 판단 존중해야대출금리 인상 주택자금수요 통제 어려워부작용 최소화할 신용할당 강화 병행 필요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3.50%)를 동결했다. 벌써 13번째로 역대 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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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 중시 한국은행 판단 존중해야
대출금리 인상 주택자금수요 통제 어려워
부작용 최소화할 신용할당 강화 병행 필요

 

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3.50%)를 동결했다. 벌써 13번째로 역대 최장기 연속 동결이다. 내수경기 부진으로 정책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안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거시경제 상황을 미리 반영하는 시장금리 추세 등을 감안하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점이라는 견해도 있어 한국은행의 고금리 정책기조 유지를 둘러싼 타당성 논란이 크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뿐 아니라 국무총리까지 나서 금리인하를 압박했지만 한국은행의 의지를 꺽지는 못했다. 대통령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빌미가 된 주택가격 상승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만 부각된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수준의 안정적 관리를 현시점에서 금융안정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시점을 이미 놓쳤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주범인 주담대 금리 하락을 부추겨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한국은행 판단은 옳다고 본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마이너스 6조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2분기에 13조6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4월 이후 은행권 주담대와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중심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1분기 주담대는 10조1000억원이 늘었고 2분기에는 16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2% 이상 급증했다. 3분기 들어 7월 한달 동안만 5조4000억원이 증가한데 이어 8월13일 현재 이미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 추세대로면 3분기에도 전분기 증가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주담대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손쉬운 방법으로 우선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승인 요건을 모두 갖춘 소비자의 대출요청을 은행이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자금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평면적인 생각은 부동산 시장의 다이내믹한 현실이 투영되면 빗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리 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경험으로 다 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앞다퉈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수요 증가에 단기적으로 대응했다. 7월 이후 각 은행별로 최소 3회~ 최대 7회까지 연이어 주담대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8월 23일 금융채(5년물) 금리가 3.21%로 7월초대비 0.2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날 신규취급 코픽스(COFIX) 금리 역시 3.42%로 7월초대비 0.14%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7월초 대비 은행별로 0.28~0.81%포인트 이상 오히려 상승했다. 대출 기준금리 하락을 가산금리 등 스프레드(Spread)를 조정해 대응했다.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이미 주담대 0.3%포인트, 전세대출 0.2%포인트 인상을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중에 금리를 추가로 0.4%포인트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주담대 수요를 대출금리만으로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주담대는 주택수요의 종속변수다. 대출금리는 주택수요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대출수요 억제 효과는 크지 않고 은행 이자 장사만 시켜주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은행채 예금 등 조달금리는 떨어졌는데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상했으니 비난받을 만도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은행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서슬퍼런 금융당국과 언론이 은행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뭇매를 놓았을 법도 한데 생각보다 잠잠하다.

 

시장을 무시한 인위적인 가격 정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은행보다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더 낮아지는 등 시장 왜곡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상만으로 대출감소 효과가 크지 않자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 소득대비 총대출비율)과 주담대비율(LTV, Loan to Value, 가격대비 주담대비율)을 지역이나 차주 특성을 반영해 조정하는 등 직접적인 신용할당(Credit Rationing)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 순이익이 1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 감소했다. 외환 파생상품관련 등 비이자이익이 3조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1.4%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자이익은 29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1.4%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은 1.62%로 전년동기대비 0.06%포인트 하락했지만 금리부자산이 3248조원으로 4.1%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운용상황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 고수익’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상생금융’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매번 반복되는 ‘레퍼토리’라 은행원들에게는 익숙하다. 시장 투자자들이 은행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도 ‘상생’ 비용을 감안하는 것이 상식처럼 됐다.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고 고연봉을 받아 챙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은행원들이 수시로 소환돼 지탄을 받는다.

 

작년부터 ‘상생’을 금융정책의 키워드로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왔다. 그 중에는 작년 5월 신용대출에 이어 올해 1월 금융당국 주도로 시행된 주담대 대환대출서비스도 있다. 금리인하 경쟁을 촉진해 대출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더 좋은 대출조건을 제시하는 금융사를 찾아 대출을 갈아타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플랫폼 경제의 이점을 활용해 금리부담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로 대출 소비자의 호응이 높았다.

 

7월26일 누적 기준으로 23만7535명이 총 12조7321억원의 대출기관을 바꿨다. 평균금리 인하폭이 1.52%포인트로 1인당 연평균 173만원의 이자부담이 줄었다. 연간 4100억원의 대출이자를 절감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3만1842명이 5조9632억원을 갈아타며 금리 1.49% 포인트, 1인당 연평균 279만원의 이자부담을 줄였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나름 성공한 정책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금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시장금리 하락 추세를 거스르는 금리 정책도 불사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출 갈아타기로 유입되는 경쟁 은행의 저금리 고객을 적극적으로 받아줄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소비자 금리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의 비교 플랫폼 도입 취지가 살아나려면 주택가격과 자금시장이 제자리로 되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금융업이 규제산업이긴 하지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은행원은 혼란스럽다. 조만간 또다시 맞을 회초리 걱정으로 은행은 이자이익 증가 전망이 마냥 달갑지도 않을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