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고문, 조희원씨가 MBK파트너스에 ‘백의종군’을 자처하면서까지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근저에 깔린 노림수가 주목받고 있다.
표면적으로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경영권 확보지만 사실상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자회사 경영권 확보, 재산 분할 등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전날(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1931만5214주(20.35%)~2593만4385주(27.32%)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매수 목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M&A(인수합병) 목적으로, 주당 매수가격은 2만원이다. MBK 측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18.93%)과 차녀인 조희원씨(10.61%)를 포섭해 우선 29.54%의 지분을 확보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현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 지분(42.03%)을 앞선다는 계획이다.
주목할만한 건 MBK파트너스가 조현식·조희원 씨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서 MBK 측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체결된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MBK는 공개매수에 성공해 향후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의 지분도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동반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 조항을 확보했다.
MBK는 공개매수 성공시 대표이사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대표이사 지명 권한 등을 보유하는 조항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앤컴퍼니 이사 총수의 절반을 초과하는 수의 이사를 지명하는 등 이사회 구성에 대한 권한까지 지녔다. 공개매수만 성공한다면 사실상 MBK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이번 계약의 실권자는 MBK파트너스로 평가되고 있다.
조현식 고문, 조희원씨가 경영 주도권을 MBK파트너스에 쥐어주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까닭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들이 다른 표적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주주인 조현식 고문, 조희원씨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게 경영권 등 계약상 우위 지위를 양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아닌 자회사 경영권 확보, 재산 분할 등 다른 ‘진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개매수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2003년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8% 공개매수와 같은 해 이베이의 옥션 공개매수, 2008년 옛 우리투자증권 PEF 마르스제1호의 샘표식품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갔던 사례들이다. 올해 초 하이브가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앤컴퍼니 역시 현재 공개매수 선언으로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어 공개매수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5일) 종가 기준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2만1850원에 달한다. 주당 매수가(2만원)을 웃도는 수치다.
현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아지면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게 돼 적대적 M&A 세력은 당초 목표치만큼 주식을 살 수 없게 된다.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하이브 역시 공개매수 기간 내 마지막 거래일의 종가(12만7000원)가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았던 탓에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로 경영권이 뒤바뀌는 사례는 매우 드문 만큼 사실상 성사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한국앤컴퍼니 역시 현재 공개매수 발표로 주가가 크게 뛴 데다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5~6%)도 꽤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며, 이를 MBK파트너스, 조현식 고문, 조희원씨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때문에 이번 공개 매수는 구실일 뿐이며,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실제 다른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노림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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