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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적대적 M&A] '눈에 보이지 않는 칼' 빼든 조현식, 3년만에 설욕할까?

Numbers 2023. 12. 5. 16:37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조현식 고문. (사진=한국타이어)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3세이자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을 빼 들었다. 조 고문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뒤에 서서, 동생 조현범 회장이 한국앤컴퍼니를 물려받은 지 3년 반만에 동생의 그룹 경영을 막아서고 나섰다.

이번 반격의 승패를 가를 요인은 ‘명분’이다. MBK는 조현범 회장이 가진 사법리스크와 신사업 실패를 전면에 내걸 가능성이 크다. 주주 설득에 성공하면 MBK와 조 고문은 조 회장을 제치고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공개매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의 도덕성과 실력을 검증하는 한편, 조 회장을 흔들어 경영권을 약화시키고 궁긍적으로 1인 독단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을 주주친화적 그룹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BK·조현식·조희원, 우호지분 확대로 최대주주 노림수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내건 수단은 공개매수다. 일반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 회장이다. 보유 지분율은 42.03%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 30.67%를 가지고 있다. 조현범 회장 → 한국앤컴퍼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외국인·국내 기관·소액주주들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매입키로 했다. 공개매수로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에 해당하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은 최소 3863억원에서 518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 0.81%, 차녀인 조희원씨 지분 10.61%까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는 최소 50.7%에서 최대 57.67%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현범 회장을 제치고 경영권을 확보, 전문 경영인에게 그룹 경영을 맡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현범 회장, 커지는 사법리스크 


MBK파트너스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소액주주가 대거 공개매수에 참여해야 한다. 업계는 MBK파트너스가 조 회장의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워 공개매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주주 포섭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조현범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석 보증금 5억원으로 8개월만에 구속에서 풀려나 경영 일선에 복귀할 조짐을 보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이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되면서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구속된 대기업 오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비싸게 사들이고 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75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올 초까지는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으로 공사를 발주는 등 부당거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앤컴퍼니, 실적 개선에도 대주주 리스크에 '휘청' 


한국앤컴퍼니는 실적 개선에도 주가가 떨어지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부각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앤컴퍼니의 실적은 조 회장이 주인으로 올라선 2020년 이후 꾸준히 개선됐지만, 주가는 조 회장 구속 이후 지속 하락하다 올해 8월 1만300원으로 연간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2019년 연결기준 8476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은 이듬해 주춤한 이후 2021년 9633억원, 2022년 1조959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EBITDA(에비타, 상각전영업이익)는 같은 기간 2013억원에서 2770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서 또 다른 맹점이 발견된다. 기존 사업인 타이어에 집중하고 신사업을 확대하지 않은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신사업을 챙기지 않고 타이어만 집중하며 안정을 추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 회장이 최대주주로 오른 2020년에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330억원으로 전년대비 67.6%나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늘어나는가 싶었지만 448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차입을 늘리면서 6년간 유지됐던 무차입 경영이 지난해 깨졌다. 순차입금은 327억원을 기록하더니 올 3분기에는 1776억원으로 불어났다. 

 

성년후견 심판 '항소심' 변수...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추진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이 조 회장에게 넘어간 지 3년 반만이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차남인 조 회장에게 넘기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지분은 시간외 대량 매매인 블록딜을 통해 조 회장에게 매각됐다. 

조 고문과 장녀인 조 이사장은 크게 반발했다. 조 명예회장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승계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결국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성년후견이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이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돕는 제도다. 

해당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조 이사장의 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이 서울보라매병원을 촉탁기관으로 지정하고 조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촉탁서를 발송하면서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만약 성년후견이 받아들여지면 조 명예회장의 지분 블록딜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율은 18.44%로 내려앉는다.


공개매수 실패해도 '소기의 목적' 달성 평가 


공개매수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MBK파트너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5일 한국앤컴퍼니의 주식은 2만18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 마감했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2만원을 9%나 넘어선 가격이다. 일반 주주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다만 추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준으로 등락할 가능성도 있어 공개매수가 성공할 지, 실패할 지 여부에 대해선 속단이 어렵다.

장내 유통 주식은 충분치 않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중 72.45%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주주연대는 나머지 27.55% 대부분을 매입해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수가 최소 매수예정수량에 미치지 않으면 응모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을 예정이다. 즉 조건부 매수 방침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공개매수의 핵심은 '형제의 난' 내지는 '경영권 분쟁'이 아니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건부 공개매수’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만약 공개매수가 성공하지 않아 주가가 이전 가격으로 돌아갈 경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주식을 매입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현범 회장의 보유 주식과 우호 지분을 더하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며 “필요하면 일부 주식을 추가로 매수 할 수는 있지만 이를 당장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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