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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가 매물로 나왔다. 양사 모두 매각 예비입찰이 오는 13일 예정된 가운데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하반기 M&A 포문 연 가스업체 빅딜…동일한 입찰 일정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달 13일 잠재적 인수 후보로부터 구속력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오퍼)을 받을 예정이다. 거래 대상은 에어프로덕츠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다.
매각가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인 2328억원에 20배가량의 멀티플을 적용한 데 이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5공장(P5) 가스공급자로 선정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값이다.
SK스페셜티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SK㈜도 이달 13일까지 잠재적 인수 후보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다. 거래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스페셜티 지분 100%다. SK스페셜티의 매각가는 약 3조~4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SK스페셜티의 EBITDA(약 2400억원)에 멀티플 20배가량을 적용한 수준이다.
'산업가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투자 포인트는
비슷한 산업군의 업체가 동시에 매물로 나온 데다 입찰 일정도 동일하게 정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산업용 가스 제조사인 반면 SK스페셜티는 특수가스 제조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산업용 가스 제조사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공기분리장치(ASU) 설비를 통해 정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에 공급한다
산업가스 생산은 대체 산업이 없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의 영향이 적고 성장성 역시 견고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경우 국내 산업용 가스 제조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과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생산하는 가스 종류와 고객군이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사업의 안정성이 높다. 10~20년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낮은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5공장(P5) 가스 공급자로 선정돼 수주 계약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평택 캠퍼스 제1~4공장(P1~P4) 가스 공급은 에어프로덕츠, 린데코리아, 에어퍼스트 등이 나눠서 수주했고, 5공장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삼성전자에 P5 가스 공급자로 선정되면 10년 이상 장기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실적과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2328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5공장(P5) 가스 공급자 선정 시 연간 EBITDA가 2600억~27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멀티플 20배가량을 적용해 현재 매각가가 5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당시에도 삼성전자 3·4공장에서 나올 매출 전망치가 기업가치에 적용된 바 있다. 그 결과 에어퍼스트는 EBITDA 대비 25.5배 수준의 멀티플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산업가스 분야 선도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국내 산업용 가스 제조 시장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린데코리아, DIG에어가스(대성산업가스), 에어퍼스트, 그린에어 등의 상위 업체가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수가스' SK스페셜티, 투자 매력도는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등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주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프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매출처로 두고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달리 SK스페셜티는 특수가스를 실린더에 넣어 1년 단위 단기 계약 등 스팟성(일시적) 공급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라는 확실한 전속시장(캡티브)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SK하이닉스는 SK스페셜티 지난해 매출액(6817억원) 가운데 18.9%(129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NF3 생산능력(CAPA)은 연간 1만3500톤(t)수준으로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페릭(9000t)과 효성화학(8000t)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외에 특수가스 WF6와 SiH4도 각각 글로벌 1위 수준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성장, 고도화가 예상되면서 SK스페셜티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AI의 수요 증가와 함께 디램(DRAM) 등 반도체 수요 증가가 늘어난 데다 3차원(3D) 방식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도입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도 최근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교체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시점이다.
다만, SK스페셜티의 재무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원매자 입장에서 부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SK스페셜티의 총차입금은 8052억원으로 전년(5960억원) 대비 35% 늘어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추세다. SK스페셜티의 차입금 의존도는 60.1%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통상적으로 30% 이하를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SK스페셜티의 경우 단기차입금 증가가 두드러졌다. 단기차입금은 1437억원으로 전년(892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3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사채는 3491억원, 장기차입금 등은 402억원에 달한다. 이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장기부채가 2022년 334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2722억원까지 늘어났다. SK스페셜티의 지난해 말 총 부채는 907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10.8%에 달한다.
202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자본적지출(CAPEX) 소요가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주력 제품인 NF3과 WF6 생산설비 증설로, 2023년부터는 반도체 증착 가스의 일종으로 실리콘(Si) 절연막과 반사방지막 형성에 사용되는 SiH4 생산설비 증설로 각각 CAPEX 소요가 늘었다. 2022년과 2023년 CAPEX는 각각 1871억원, 1469억원에 달한다. 2021년 당시 CAPEX 규모가 19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배당금 지급 및 CAPEX 소요가 겹치면서 SK스페셜티는 현금성자산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말 414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448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차입한 금액의 사실상 전부를 곧바로 자금 소요에 투입했다는 의미다.
IB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캐시플로우)를 보이는 점이 가스업체 매물의 상당한 강점”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 모두 관심이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입찰을 진행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어 “13일 역시 예비입찰이기 때문에 의향서를 받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의 경우 일반적으로 캐쉬플로우, 멀티플 등 종합해서 보게 되지만 결국 매수자의 관심도에 따라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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