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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의 백기사로 참전한다.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을 활용해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가 지분을 매입할 수 없게 하는 묘수를 냈다. 사실상 지분 확보 수단이 없어진 고려아연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13일 "공문을 통해 공개매수 기간 동안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제 140조 별도매수 금지의무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식시세 조종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고려아연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기업집단에 속해있다. 자본시장법 제 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게 금지된다.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도 공개매수 기간인 다음달 4일까지 지분율을 매입하는 것이 금지되는 셈이다.
이날 영풍은 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에서 가처분 소송을 낸 이상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응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특별관계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면 별도로 공개매수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영풍과 고려아연이 특수관계인으로 엮여 있어 계열 분리를 추진해야 하는데 공개매수 기간 동안 이를 진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본시장법을 앞세워 고려아연의 손발을 묶는 전략을 짠 셈이다. 앞서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손잡고 회사의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지분 14.56%(301만4881주)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에 육박한다. 영풍도 0.05%(1만주)를 공개매수로 확보할 계획이다. 사실상 MBK의 단독 공개매수다. 현재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의 지분율은 33.13%이다. 공개매수가 완료될 경우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의결권 있는 지분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중 평상시 주가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매수한다면 이는 자사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러한 손해와 법위반 사정을 알고도 자기주식 취득을 강행한다면 이는 시세조종의 의도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명하겠단 계획이다. 최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실상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고려아연을 직접 경영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장 고문 측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건 단순히 최씨 일가의 경영권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의견표명서를 통해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공개매수 시도가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경영권 분쟁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 측이 지분율 절반을 넘기 위해서는 16.87%(1조9400억원), 고려아연 측이 지분율 절반을 넘기 위해서는 16.02%(1조8500억원)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며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의 추가 지분매입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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