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백기사'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이사회 입성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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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백기사'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이사회 입성 시나리오는

 

/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지분 매집을 넘어 이사회 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 참여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최윤범 회장 자리에 MBK 측 인사를 넣는 것. 둘째는 최 회장을 그대로 두되 MBK 측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MBK 측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첫째 안이다. 이미 최 회장의 결격 사유도 확보해 검증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이사회의 동의 아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최 회장을 포함한 고려아연 사내이사들이 모두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사외이사와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 기획조정1실 본부장이 캐스팅보터로 지목된다.

최윤범 회사 경영서 배제 목적

MBK는 13일 제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설명서 통해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사회 참여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실제 MBK 측은 1인 이상을 고려아연 등기임원으로 추대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이사회 추천 인원수는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공개매수 법인은 MBK가 펀드를 통해 출자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이사진은 김광일 MBK 부회장을 비롯해 MBK의 윤종하 부회장, 김정환 부사장, 천준호 전무 등이 포진됐다. 김 부회장 혹은 윤 부회장이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로 추대될 개연성이 높다. 

MBK는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을 제외하거나 추가로 진입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후자는 최씨, 장씨, MBK 측이 뒤섞여 '불편한 동거'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또한 MBK 측이 2인 이상을 추천할 경우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진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초과해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 고려아연 전체 이사진 13명 가운데 사외이사는 총 7명(54%)이다. MBK 측 1명만 추가돼도 사외이사 비율은 50% 커트라인에 걸린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존 이사진을 빼고 그 자리에 MBK 측이 들어가는 것이다. MBK 측도 이를 원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서려는 것은 최 회장을 경영에서 배제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MBK는 '정공법'인 최 회장의 해임 사유를 찾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영풍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고려아연도 공개매수에 반대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하는 데에만 혈안이 됐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자료 제공=고려아연

임시 주총 전 이사회 결의 문턱

MBK가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하기 위해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공개매수 절차가 종료되는 10월 초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임시 주총 전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은 이사회 결의다. 앞서 고려아연도 서린상사 이사회 결의 과정서 애를 먹어 결국 법원의 허락을 받아 임시 주총을 열었다. 

이사회 결의는 고려아연 이사 중 과반이 출석해야 하며 출석한 이사 과반이 임시 주총 소집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고려아연 사내이사는 최 회장과 박기덕 TD사업부 총괄, 정태웅 제련사업부문 총괄 등 3인이 맡고 있다. 또한 장형진 영풍 고문, 최내현 켐코 대표,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 본부장 등이 기타비상무 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 사외이사 7인을 합해 총 13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사내이사 3인과 최 회장과 사촌지간인 최내현 대표가 불참한다는 가정 하에 나머지 이사의 동의만 구하면 임시 주총을 열 수 있다.  

특히 현대차의 김 본부장은 고려아연과 현대차가 사업적 협력관계를 맺은 직후 고려아연 이사회에 들어온 인물이다. 또 현대차는 고려아연의 지분 5%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MBK가 현대차를 어떻게 설득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를 비롯해 한화 등 사업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투자자들이 다수 고려아연에 포진됐다"며 "회사와 회사간 협력일 뿐 최 회장의 우군이 아니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K와 영풍이 프리미엄을 붙여 공개매수가를 정했기 때문에 현대차 등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