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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실업 주주가 내건 ‘적대적 M&A 시나리오' 가능할까

Numbers_ 2024. 9. 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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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실업 주주가 내건 ‘적대적 M&A 시나리오' 가능할까

호전실업의 일부 주주들이 사측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활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이를 대비해 경쟁사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과 물밑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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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실업 /사진=호전실업 홈페이지 캡처

 

호전실업의 일부 주주들이 사측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활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이를 대비해 경쟁사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과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가운데 주주연합이 그리는 경영권 위협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할지 주목된다.

 

호전실업 주주 구성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조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호전실업의 최대주주는 박진호 대표이사로 24.2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자대표인 박용철 대표이사가 17.65%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두 사람으로 이뤄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1.89%의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박진호 대표는 박용철의 형인 고 박용대 대용상사 회장의 아들로 박용철 대표에게는 조카다.

이 외의 기타 소액주주가 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진정성 있는 주주가치 활동을 요구한 10명 주주의 지분율은 10~11%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해당 주주의 명의 계좌만 포함됐다. 주주 연합에 따르면 주주의 친인척 계좌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약 5%의 지분을 더 확보해 총 15~16%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10명의 주주 연합은 소액주주 플랫폼인 ‘액트’를 통해 모인 소액주주 연합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 연합군의 지분은 6%에 달한다. 도합하면 주주 연합은 최대 21~22%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주주 연합은 내부적으로 주가가 상승해도 지분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이면 계약서도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자본력을 가진 제3자가 주식시장에 나와있는 지분 약 30% 지분을 매입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주주 연합의 구상이다. 이로 인해 주주 연합 측에서 자본력을 보유한 경쟁사와 PEF 운용사 등의 투자자를 접촉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호전실업의 경쟁사 중 하나인 한세실업의 자회사 한세예스24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세실업은 니트(Knit) 의류를 중심으로 OEM 사업을 영위해 왔다. 니트는 신축성이 뛰어난 편직물로 '갭'과 같은 캐주얼 의류 생산에 주로 사용되지만 단가가 우븐(Woven) 소재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세실업은 마진이 큰 우븐 소재 비중을 높이고 액티브웨어 생산물량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사업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세실업은 호전실업 인수 시 우븐사업에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세실업의 자회사 한세예스24는 최근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이래AMS 인수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 한세예스24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7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는 등 충분한 실탄도 보유하고 있다.

호전실업의 발행주식총수는 974만9984주로 이 중 30%가량의 지분은 보통주 292만4995주에 달한다. 전날 종가(7340원)를 감안하면 자본시장에 나온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214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전실업 소액주주 대표 A씨는 "일부 투자자가 20% 지분율을 두고 애매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시가상 30%의 지분도 약 300억원의 자금만 있으면 인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 측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전실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측이 자사주 5.1%를 활용해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으로 박진호 대표, 박용철 대표의 총 지분율은 47%까지 상승이 가능하다.

결국 주주 연합과 경쟁사가 자본시장의 잔여지분 대부분을 사들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만이 호전실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주주연합의 시나리오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M&A 공개매수로 경영권이 뒤바뀌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호전실업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공모가(2만5000원)를 하회하고 있다. 주주 연합은 사측이 주식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 등 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실행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주주 연합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제안 △배당금 증액 △대표이사 급여 삭감 등의 안건을 제안하고 있다.

호전실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주연합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주주연합 쪽에서 요구한 사항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호전실업은 의류를 생산해 글로벌 의류 브랜드를 붙여 공급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415억원, 영업이익 351억원, 당기순이익 171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사는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언더아머(Under Armour), 룰루레몬(Lululemon), 애슬레타(Athleta), 파나틱스(Fanatics) 등이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