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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더본코리아, 핵심 역량으로 'R&D' 꼽았지만..개발비는 '꼴찌"

Numbers_ 2024. 9. 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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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더본코리아, 핵심 역량으로 'R&D' 꼽았지만..개발비는 '꼴찌"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작성한 증권신고서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지만, 정작 비교군에 속한 주요 기업 중 경상R&D비가 가장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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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증권신고서에서 핵심 역량으로 언급한 'R&D' 경쟁력이 주요 비교 기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작성한 증권신고서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지만, 정작 비교군에 속한 주요 기업 중 경상R&D비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 대표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노하우와 메뉴개발 등 암묵적 지식을 체계화하는 R&D 등이 필수지만, 이대로라면 상장 이후 외식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더본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외식 및 식품유통 기업으로서 더본코리아가 내세운 주요 역량은 R&D 능력이다. 이는 과거부터 잠재 리스크로 지적돼온 백 대표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다.

실제로 더본코리아는 증권신고서에서 “당사의 핵심 역량은 메뉴 개발 등 R&D 능력이며, R&D 조직은 시스템화 및 체계화돼 있다”면서 “당사는 R&D 능력을 바탕으로 가맹사업, 유통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백 대표에 대한 의존도를 해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몸값 산출을 위해 비교 그룹을 추리는 과정에서 거론된 주요 유사 기업들보다 더본코리아의 경상R&D 규모와 매출 대비 비중이 가장 작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 상장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비교군으로 선정한 기업은 신세계푸드, 대상, 풀무원, CJ씨푸드 등 4곳이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내 동일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꼽힌 교촌에프앤비와 지난 2022년 기준 커피프랜차이즈 점유율 1위인 앤하우스(브랜드명 메가MGC커피) 등이 당초 더본코리아의 유사 기업으로 선택됐다. 다만 교촌에프앤비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9.65배에 달해 최종적으로 제외됐고, 앤하우스는 비상장사라 비교 기업에 들지 못했다.  

 

더본코리아 개발비 연 110만원


이들 중 CJ제일제당과 공동 R&D를 진행하는 CJ씨푸드를 제외하면 지난해 더본코리아의 경상R&D비는 110만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푸드(5억9512만원), 대상(412억1800만원), 풀무원(42억8271만원), 교촌에프앤비(8497만원), 앤하우스(5884만원) 등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매출에서 경상R&D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0.02~1.0%에 분포한 비교 기업들과 달리 더본코리아는 0.0003%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4조1074억원을 낸 대상과 4107억원을 기록한 더본코리아는 매출에서 10배 차이를 보이지만, 경상R&D비 부문에서는 3만7471배의 격차를 나타냈다. 또 같은 기간 매출 4450억원으로 더본코리아와 비슷한 규모인 교촌에프앤비 역시 경상연구R&D비가 77배 더 많았다.  

경상연R&D비는 연구단계에서 개발단계로 이어지는 R&D 과정에서 연구 및 프로젝트 초기에 투입된 비용이다. 이후 개발단계에서 투입된 비용 중 기술실현화, 미래수익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은 이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이 무형자산 역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31억원이었던 무형자산은 지난해 18억원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억원보다 10억원 더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매년 400개가 넘는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록되는 등 진입장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R&D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 대표에게 쏠린 운영구조 및 사업전략이 회사의 잠재 리스크로 거론되는 만큼 자체 R&D 활성화로 독립성을 기를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계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R&D비 투입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 “1인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더욱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연구 또는 개발활동과 관련된 비용을 인건비, 소모품비 등 해당되는 지출항목으로 정확히 분류하고 있다"며 “해당 계정과목으로 구분하기 애매한 지출비용만 R&D비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