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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임종룡 회장은 임기를 채울까

Numbers_ 2024. 9.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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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임종룡 회장은 임기를 채울까

“우리금융사태 감독당국아닌 정권차원 공감대”“단순 늑장보고 아닌 전·현직 회장간 나눠먹기”은행장부터 핵심참모까지 用人실패로 위기자초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2014년 9월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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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사태 감독당국아닌 정권차원 공감대”
“단순 늑장보고 아닌 전·현직 회장간 나눠먹기”
은행장부터 핵심참모까지 用人실패로 위기자초
 
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2014년 9월 KB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KB사태’는 당사자인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모두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하고 차관까지 역임했던 엘리트 재무 관료가 금융지주 사장을 거쳐 회장에 오른 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일은 금융권은 물론 관료 사회에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전임 회장의 거액 친인척 관련 대출 비리가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드러나고 이에 대한 책임론이 일면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에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데다 현 정부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된 중량급 인사여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과연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해 임기를 다 채우고 2026년 3월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전철을 밟을까요. 

 

먼저 ‘낙관적 시나리오’입니다.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함으로써 임기를 다 채우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연임까지 도전합니다. ‘해결사 임종룡’이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습니다. 못해도 연임, 잘하면 3연임까지 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늘 예상과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긴 해도 임종룡 회장이 주변의 전·현직 관료 선·후배들이나 금융계, 하다못해 언론계 인사들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면 다수는 사퇴하지 말고 버텨 보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번 사태가 당사자인 우리은행장도 아닌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책임질 사안인지에 대한 논란 때문입니다. 막말로 임종룡 회장의 부인이나 처남이 대출받은 것은 아니잖느냐는 항변입니다. 아무리 따져봐도 금융당국 보고나 공시의무를 위반하거나 지체한 정도인데 금융지주 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금융계에서도 이런저런 금융사고는 늘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금감원에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의 현 경영진 책임론에 대해서는, 특히 임종룡 회장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복현 원장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정치적 판단을 곁들입니다. 이복현 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실세 관료로 ‘오복현’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현 정부와 5년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지만 언제든 개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한 발언으로 현 정부에 부담을 주는 데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한 사실도 버텨 볼 만한 이유로 꼽힙니다. 인기 없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레임덕 현상에 임종룡 회장이 기대 볼 만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물론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임종룡 회장이나 조병규 행장 등 현 경영진의 거취 문제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금융 이사회의 입장인데 우리금융 과점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이 임종룡 회장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이어서 임 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틸 만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과 언론의 거듭된 압박에도 함구로 일관하지만 이사회 분위기는 대충 추론할 수 있습니다. 손태승 회장 시절 이사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전임 사외이사는 <블로터>에 이런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엄청난 부실도 아닌데 금감원에 신고할 사안인지 모르겠다. 임종룡 회장이 부당 대출과 직접 관련된 것도 아닌데 금감원의 이런 행태는 ‘금융기관 길들이기’처럼 보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의 우리금융 사외이사들 가운데 이은주 박선영 두 사외이사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손태승 회장 시절부터 사외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입장도 금융당국과 이복현 원장을 강력 비판한 전임 사외이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은주 박선영 사외이사는 임종룡 회장이 영입한 경우여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쉽게 예상됩니다.

 

이런 낙관적 시나리오대로라면 임종룡 회장은 우여곡절은 겪겠지만 자리를 지키고,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도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 이번 사태와 직접 연관이 있는 몇몇 임원들은 임기 만료에 맞춰 교체하면 그만입니다. 책임져야 할 임원들이 누군지는 이미 우리금융 내부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것은 대부분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비관적 시나리오’가 등장합니다.

 

비관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은 정권 실세 이복현 원장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한 사실에 주목합니다. 비관론자들은 이 원장이 세 번씩이나 현 경영진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은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우리금융 사태’가 단순히 금융감독원 차원이 아니라 무슨 이유로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됐는지 추측이 무성하지만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지지율이 낮은 게 오히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입장에 보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부담을 강하게 갖게 될 것입니다. 

 

지지율이 높든 낮든 집권 초기든 말기든 정치 권력에 맞서 싸워 이길 개인이나 기업은 없습니다. 특히 금융업은 업의 특성상 정권은 물론이고 감독당국으로부터라도 미운털이 한 번 박히면 모든 일이 ‘올스톱’되고 맙니다. 포스코나 KT&G 등이 정권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이사회와 경영진이 똘똘 뭉쳐 CEO를 지킨 일을 금융사가 벤치마킹하겠다면 큰 오산입니다.  

 

우리금융 사태를 정권 차원의 이슈로 해석하는 측에서는 ‘용산’이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데 주목합니다. 물론 임종룡 회장의 한참 후배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다소 우호적인 톤으로 우리금융 사태를 언급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금융 경영진에 면죄부를 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금융 사태의 향후 전개를 비관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히 ‘미보고’나 ‘늑장 보고’ 정도로 보지 않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지적했던 ‘끼리끼리 나눠 먹는 문화’ 발언에 주목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전임 회장 측과 현 회장 측 간 나눠 먹기에서 초래된 사고’가 되는 것이고 이게 입증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특별 검사와 내달부터 진행되는 정기 검사 결과가 정말 궁금합니다. 이복현 원장과 임종룡 회장 간에 한판 진검승부가 예상됩니다.

 

비관적 시나리오를 갖고 이번 사태를 보면 우리금융이 중국 안방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악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포스증권 인수를 통한 증권업 진출에 이어 중위권 생보사를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연임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생보사 인수가 계획대로 마무리된다면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을 제치고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3위로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고 금감원이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정기 검사를 앞당겨 내달부터 실시하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인가와 관련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정기검사를 하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누구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보사 인수 허가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한시가 급한 안방보험 입장에서도 무작정 기다리긴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M&A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시간을 끌면 대부분 M&A는 무산되고 맙니다. 만약 생보사 인수가 무산되면 임종룡 회장은 설령 감독당국의 제재를 운 좋게 피하더라도 리더십은 급격히 약화될 것입니다. KB사태 당시 임영록 회장은 당국의 온갖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 막판까지 이사회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KB금융이 추진하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에 차질이 생기자 이사회도 입장을 바꿔 결국 그에 대해 해임 결의를 하고 맙니다. KB금융의 LIG손보 인수가 마무리 된 것은 새로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입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사퇴할 것이라는 ‘조기 사퇴설’은 루머로 끝났지만 임종룡 회장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단순히 ‘외부 또는 정치적 요인’만이 절대 아닙니다. 빌미를 준 것은 내부에 있습니다. 밖이 아닌 내부를 제대로 방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임영록 전 회장이 그랬듯이 은행장 선임부터 핵심 참모들 운용에까지 잘못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주변으로부터 너무 많은 인심을 잃었습니다. 최고경영자에게 제일 중요한 소양과 덕목은 사람을 알아보고 쓰는 지인(知人)과 용인(用人)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과연 임기를 채울까요?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