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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우리금융 보험사 M&A 성공해야 하는 이유

Numbers_ 2024. 9. 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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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우리금융 보험사 M&A 성공해야 하는 이유

우리금융 강력한 인수의지가 거래성사 동력인수후통합(PMI) 위해 금융당국 지원 중요매물 보험사 정리해 시스템 리스크 대비해야지난달 28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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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강력한 인수의지가 거래성사 동력
인수후통합(PMI) 위해 금융당국 지원 중요
매물 보험사 정리해 시스템 리스크 대비해야


지난달 28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주주간계약(SPA) 체결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 6월 인수를 위한 MOU체결 이후 3개월 가까이 힘들게 실사와 협상을 거친 결과다. 지금은 금융당국의 승인절차가 진행중이다. 인수가격은 양사를 합해 1조 5494억원(동생생명 지분 75.34% 1조 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이다. K-ICS기준 조정순자산과 기본요구자본을 감안할 때 장래 신계약가치를 반영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우리금융의 거래성사 의지가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것 같다.

2024년 6월말 자기자본 기준으로 두 회사의 거래가격은 각각 PBR이 0.75배, 0.35배 수준으로 낮지 않다. 참고로 올 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KRX 보험업 지수가 연초대비 30% 이상 상승했음에도 9월6일 현재 상장 생보사 PBR은 삼성생명 0.41배, 미래에셋생명 0.23배, 한화생명 0.17배로 매우 낮게 형성돼 있다.

이번 보험사 인수는 그룹의 장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중인 우리금융 입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양 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합계액이 2410억원 정도로, 우리금융 상반기 순이익 1조8000억원의 13% 수준이다. 인수 후 동양생명 잔여지분(24.66%)을 추가로 인수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이익 창출력뿐 아니라 CSM산출의 가정을 믿을 수 있고 추가적인 자본투입 부담이 없다는 점이 확인돼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중요한 절차는 금융당국의 승인과정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자격이 있는 금융지주가 자회사 편입을 위해 승인서를 제출하면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다. 세부 절차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금감원장이 자회사 편입 신고서를 접수(금융지주법 제18조)해 승인요건(금융지주법 제17조)을 심사한다. 주요 심사내용은 편입 자회사의 사업계획 타당성, 금융지주와 자회사의 경영관리상태와 재무상태의 건전성 등을 따진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우리금융의 경영진 리스크가 그룹의 성장전략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경영관리상태를 따지면서 회사와 경영진 징계, 내부통제부실 등을 문제삼아 승인을 늦추거나 거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합병 상황은 전혀 협의된 바 없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금감원 정기 감사를 다음달로 앞당긴 것도 이런 의구심을 키운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내부통제제도 운용실태(15%)를 별도로 추가하는 등 금융사 경영관리 감독시스템을 이미 정비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일련의 상황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 필요하면 개별금융사의 경영관리상태를 점검하는 일정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경영능력이 부족한 금융사가 새로운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것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세금 부담만 커진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허가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과 사전에 충분한 소통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금융회사 스스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소유가 분산된 금융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의 일부 부적절한 일 때문에 회사의 중요한 전략추진이 중단되고 전체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회사의 장기적인 핵심전략 추진이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다른 요인 때문에 차질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조치로 개별 금융사와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하거나 성장 기회를 잃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동양생명 ABL생명의 성공적인 인수합병은 단순한 자본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수후통합(PMI) 전략이 당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마무리돼야 성공적인 M&A 거래로 평가받을 수 있고 보험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최종 인수가격을 끌어내려 조정하고 잔여 소수지분(25%) 인수로 100% 완전자회사를 만드는 일도 추진해야 한다. 또 인수한 두 회사의 운영모델을 정하고 조직 효율화와 시너지 창출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등 갈무리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금융당국의 협조와 지원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심대한 법 위반이나 자격 미비가 아니라면 민간회사 경영전략 추진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민간회사 경영실패 책임에 금융당국 스스로 빠져드는 우를 범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경제 파이를 키우고 시장의 룰(Rule)을 정해 관리하는 심판자로서 금융당국이 낄 때와 빠질 때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성장이 정체된 보험시장에서 이미 매물로 나온 회사만 6개(동양생명 ABL생명 BNP파리바생명 MG손보 KDB생명 롯데손보)이고 추가로 나올 잠재적 매물도 더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 저출산 인구고령화 등으로 침체된 보험업과 과도한 출혈경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보험시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과 금융당국은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수년째 정리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자본투입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추가자본이 투입되지만 경영정상화는 요원하고 마땅한 인수 희망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향후 금리인하 등 보험사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자본이 열악한 회사들이 한꺼번에 퇴출되는 상황에 내몰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올해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이 4조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자본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물로 나온 회사들부터 미리 신속히 정리하고 시장을 관리 가능한 상황으로 유지해야 한다. 경제적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금융기관이 계속 영업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매각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경영권 거래를 통한 인수합병이 어려우면 P&A(자산부채이전) 방식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매물화된 보험사를 정리해야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결정으로 시장에 쌓여 있는 보험사 매물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된 모처럼의 기회를 금융당국이 가로막는 일이 없길 바란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