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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EV3 돌풍’ 송호성 기아 사장, 전기차 캐즘 벽 깰까

Numbers_ 2024. 9. 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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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EV3 돌풍’ 송호성 기아 사장, 전기차 캐즘 벽 깰까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수익성 대신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의 전기차 전략이 통하고 있다. 7월부터 국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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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사진 제공=기아


수익성 대신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의 전기차 전략이 통하고 있다. 7월부터 국내 시장 판매가 시작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가 전략 성공의 1등 공신이다.

1962년 10월생인 송 사장은 국내와 해외 근무 경력이 풍부하다. 198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2007년 기아 프랑스 판매법인장 이사대우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9년 국내로 다시 돌아와 수출기획실장직을 맡았고 2012년 상무로 승진해 사업성장본부를 이끌었다. 2013년에는 기아 유럽총괄법인장(전무)을 맡았고 2017년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된 다음 2020년 기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송 사장은 2021년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 변경시키고 회사 로고까지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기아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전기차 활성화와 차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취지다.

송 사장은 지난 2021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국내 및 선진 시장에서는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전기차(EV)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며 “고정비 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전사 수익성을 높이고 전기차 원가 절감에 집중해 내연기관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전기차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변경된 기아 로고가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외벽에 공개된 모습/사진=조재환 기자


당시 기아는 자체 미래 전략을 뜻하는 ‘플랜(Plan) S’ 실행 첫 단계에 있었다. 송 사장은 자체 미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카드로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차량(CUV) 형태의 차량인 EV6를 선택했다. 기아는 2021년 7월 EV6를 판매한다는 전략을 오래전부터 세웠지만 송 사장은 해당 차량의 공개 시점을 4개월 전인 3월로 잡았다.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정이었다.

송 사장은 EV6의 공개 시점을 4개월 앞당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기차는 배터리나 부품 확보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판매할 전기차 물량을 미리 예측하게 되면 고객이 기대하는 공급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아는 자체적인 EV6 온라인 사전예약 시스템을 갖췄고 전기차에 대한 국내 고객 수요 조사에 나섰다.

온라인 사전예약 시스템이 적용됐던 EV6의 국내 판매 초기는 순조로웠다. 기아에 따르면 EV6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국내서 1만1023대 2022년 2만4852대가 판매됐다. EV6 2022년 연간 판매량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2만1541대), 니로 하이브리드(2만297대), 봉고 EV(1만5373대)보다 많았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사진 제공=기아

 
하지만 2023년부터 송 사장의 전기차 판매 전략 결과는 좋지 못했다. EV6의 2023년 국내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7% 감소한 1만7227대에 그쳤다. EV6는 올해부터 부분변경된 모델로 판매되고 있지만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4% 감소한 7248대에 불과하다. 기아 주력 전기 SUV인 EV9은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8052대가 판매됐지만 올 1~8월 판매량은 1478대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자 송 사장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 등은 올해부터 판매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전기차로 얻는 수익성 대신 대중화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 핵심이다. EV9의 판매량이 그동안 부진했지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착된 레이 EV의 판매가 돋보인 것이 이번 판매 전략 수정에 가장 큰 요인이 됐다. 레이 EV는 올 1~8월 8555대가 판매돼 해당 기간 기아 전기차 중 국내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로 자리잡았다.

주행 중인 기아 EV3. 사진 왼쪽은 롱레인지 어스 트림이며 오른쪽은 GT라인 트림이다./사진 제공=기아


송 사장은 변경된 전기차 전략의 핵심 차종으로 EV3를 내세웠다. 그는 지난 5월 23일 열린 EV3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의 경우 보조금(인센티브)을 감안해서 봤을 때 (차량 시작 가격을) 3000만원대 중반대 정도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7월말부터 인도가 시작된 EV3 롱레인지(최대 주행가능거리 501㎞)의 서울 기준 실구매가는 3650~4085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동안 4000만원대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던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 흐름을 EV3가 바꿔놓은 것이다.

EV3는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국내 시장에서 5977대가 판매됐다. 특히 8월 한 달간 4002대가 판매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기아 전체 친환경차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의 일시적인 수요 둔화 현상을 뜻하는 ‘캐즘’과 화재 우려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기아는 앞으로 국내시장에 세단형 전기차 EV4와 SUV형 전기차 EV5를 출시하고 목적기반차량(PBV)인 PV5 양산형을 공개하는등 전기차 판매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기아는 23일부터 PV5 전용 홍보 웹페이지를 구축했다.

/사진 제공=기아, 그래픽=조재환 기자


조재환 기자 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