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산업 매각 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오는 11일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송원산업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6개월만이다. 글로벌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해 매력도가 높다는 평가와, 가격을 책정하기 쉽지 않은데다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
저평가 우량주, 경쟁사 대비 '안정'
송원산업이 매력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저평가된 주가다. 8일 장 마감 기준 송원산업의 주가는 1만9920원이다. 시가총액은 4781억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357위를 기록 중이다.
송원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41배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순이익 기준으로 약 3.4년 후에 투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경쟁사의 PER는 △바스프(BASF) 10.31배 △크라리안트(CLARIANT) 7.56배 △에보니크 (EVONIK) 8.07배로 송원산업보다 높다.
기업 인수합병(M&A) 시 실질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EV(기업가치)/EBITDA(에비타, 상각전영업이익)로 계산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흐름으로 기업가치 수준으로 돈을 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PER와 마찬가지로 낮을 수록 좋다.
송원산업의 실질 기업가치는 2.19배인 반면 △바스프 5.38배 △크라리안트 6.42배 △에보니크 4.98배로 모두 송원산업보다 높다. 올해 3분기 송원산업의 기업가치는 1.79배로 더욱 낮아진다.
재무지표도 우수하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0.7%, 17.5%로 낮고, 순차입금/EBITDA 1배로 건전하다는 평가다.
중국 자급률 증가로 수익성 개선 '약화'
앞으로도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시장의 변화다.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최대 수출국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성장했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출의 50% 가량을 중국에 공급했다.
이같은 추세는 2022년부터 꺾였다. 중국의 코로나 정책 강화로 중국향 수요가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유가 안정화 등으로 실적이 나아지는 가 싶었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수급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내 석유화학 자급률이 증가한 영향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가 준공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증설로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폴리프로필렌(PP)의 자급률은 올해 1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효율적인 공정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성장 가능성 '미지수'
글로벌 1위 기업인 바스프의 독주도 장애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력 인수 후보였던 에스오일은 송원산업 인수 포기 이유 중 하나로 바스프의 가격 정책을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스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3%다. 송원산업은 22%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바스프가 가격을 내리면 송원산업도 내려야 한다. 송원산업은 원재료비 부담이 70% 수준으로 바스프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다는 평가다.
송원산업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공장 증설이 미뤄지고 기존 설비의 가동률이 줄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 물량이 줄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아 올해 실적 감소를 겪었다. 올 3분기 송원산업의 매출액은 784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65.8% 줄었다.
산화방지제 시장은 시장 규모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에 불과하다. 향후 플라스틱 규제 강화로 실적 개선이나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지 장담이 어렵다.
송원산업 인수를 포기한 IB 업계 관계자는 “송원산업은 안정적이고 저평가돼있어 꽤 매력적인 매물“이라면서도 “중국 수출이 줄고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하지 못하는 점이 인수 부담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송원산업 인수합병(M&A) 관계자는 “송원산업은 인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많고 뚜렷한 기업“이라며 “인수 측은 석유화학 사업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한데다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송원산업 인수전에는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 IMM프라이빗에쿼티(PE), 심팩(SIMPAC) 등이 참여 중이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본입찰을 통해 11일 우선협상자를 선장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송원산업 지분 36.65%다. 예상 매각가는 3000억원에서 4000억원 사이다.
앞서 에스오일과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미국 PEF 운용사 에스아이 캐피탈(SI Capital) 그룹 등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지만 인수 시도를 철회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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