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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제지 M&A] 운명의 12일…주주 반대 뒤집을 ‘강제인가 가능성’

Numbers 2023. 12. 12. 08:13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까. 법정관리 중인 국일제지의 소액주주 4만5000여명이 뭉치고 있다. 발행주식수의 8배에 달하는 신주를 액면가(100원)에 매입하겠다는 SM그룹의 인수합병(M&A)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해당 M&A를 골자로 하는 회생계획안은 최근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부결됐지만, 법원이 ‘강제 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사진=박수현 기자)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될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오는 12일 국일제지의 회생계획안 심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속행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에는 SM그룹의 계열사 삼라마이다스가 국일제지의 신주 10억500만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유상증자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국일제지 관계인들의 의견을 듣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1차 관계인 집회에선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 채권자 91%, 담보권자 99%가 동의했지만, 주주들은 27%밖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위해선 채권자의 3분의 2(67%),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75%), 주주의 2분의 1(5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주주들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삼라마이다스의 국일제지 인수구조가 부당하다고 판단해서다. 삼라마이다스는 국일제지의 신주 10억5000만주를 주당 ‘100원(액면가)’에 취득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7.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M&A 이후 삼라마이다스는 국일제지 지분 89.16%를 확보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대규모 물량출회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최종 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부결돼도 국일제지가 법원에 강제인가를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 회생계획안은 확정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회생계획안이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된다 해도 법원이 강제인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채권자, 담보권자의 대다수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은 '공정·형평의 원칙'에 의거해 회생담보권, 회생채권, 주주의 순으로 변제에 있어 차등을 둬야 한다.

 

이 같은 법리적 요건에 따라 삼라마이다스의 M&A안을 법원이 수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회생 M&A에 정통한 변호사는 "채권자들이야 누가 인수해도 찬성할 것"이라며 "주주들이 새로운 인수인을 물색하지 않으면 법원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반대가 정당한 건지 법원의 판단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은 채권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가 여부를 결정하지만, 주주들의 반대가 거셀 경우 법원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는 있다"며 "반대하는 사유가 얼마나 타당한 지 여러 각도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국일제지)

 

"모든 게 이해 안가"…지난 9개월 되짚어보니

 

업력 45년차 국일제지 법정관리 사태가 본격화한 건 최우식 전 대표의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월 8일부터다. 당시 최 전 대표는 보유 지분 4100만주 중 3188만5000주(24.98%)를 스포츠용품 도소매업체 ‘디케이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주당 1118원, 총 357억으로 전일 종가(1916원) 기준 4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계약 체결 당일 최 전 대표는 988만5000주를 양도하고 98억원을 수령했다.

 

이와 동시에 최 전 대표는 745만5000주를 1300원선에 장내매도했다. 여기에 담보대출을 해줬던 대부업체의 반대매매까지 더해지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직전일 1916원이었던 주가는 매도 당일 1364원, 이튿날 1012원으로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결국 800원에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3월 국일제지의 주가흐름 (사진=한국거래소)

 

같은 달 13일 국일제지는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결하고 14일 곧바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 모든 게 불과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 전 대표가 △40% 할인된 가격으로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 점 △ 대규모 물량을 장내매도한 점 △매도 직후 곧바로 회생을 신청한 점 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됐다.

 

특히 회생 신청의 이유인 단기어음 미상환 금액도 미미한 수준이다. 국일제지는 3월 17일 신한은행이 만기도래어음 3억5600여만원 상환을 요구했으나, 회생 신청에 따른 지급제한 사유로 부도 처리됐다고 공시했다. 공교롭게도 신한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중 2억9000만원에 대한 상환일은 회생 신청을 결정한 3월 13일이다. 이 때문에 "유동자산 459억원을 보유 중인 회사가 3억원대 어음을 못 갚아 회생을 신청한 게 말이 되냐"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국일제지 소액주주는 "순자산 상태인 기업이 느닷없이 회생을 신청하고, 그 와중에 SM그룹이 말도 안되는 구조로 경영권을 가져가기로 한 것까지 상식선에서 이해 안가는 게 너무 많았다"며 "상황이 워낙 급작스럽게 돌아가니 주주로선 모든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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