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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적대적 M&A] hy 등장에 주가 급등…'MBK 책임론'도 고개

Numbers 2023. 12. 11. 08:25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hy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다. MBK파트너스 측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주가가 공개매수 금액을 상회하고 있어 자칫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 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영권 다툼의 서막을 연 MBK파트너스 ‘책임론’도 생겨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향후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사진=한국타이어)

 

날아오른 한국앤컴퍼니 주가…MBK 셈법 '복잡'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y는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 주식 일부를 추가 매입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과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한 날이다. hy는 2021년 161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한 이후 이번 추가 매입에 약 4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MBK파트너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의 목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내걸었고,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2만원이라는 기존 시가 대비 40%가량 높은 공개매수 금액을 제시했다. 최근 1년간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였던 한국앤컴퍼니의 주주들에게 투자회수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러나 공개매수 발표 이후 주가가 2만원 이상으로 치솟은 탓에 ‘가격 프리미엄’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시장은 이번 hy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추가 매입이 현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우호 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윤호중 hy회장과 조 회장이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낸 40년지기 친구 사이란 소문 등을 통해 신빙성을 더했다.

hy는 이미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쥔 2021년에도 161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탓에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추가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작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전 거래량이 급증한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이와 관련해 선행매매 정황이 있었는 지 살피고 있다.

MBK파트너스 로고

 

상황 예의주시…'MBK 책임론'도 고개


IB 업계에서는 이번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액션을 취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반대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이 8% 정도밖에 안되는 조 회장 또한 우호 지분 추가 확보, 대항공개매수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MBK파트너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 방어 조치를 취할 걸 뻔히 인지하고도 증시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우군으로 확보해 공개매수를 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우군을 끌어들이는 사례는 한국 재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기업으로 조 회장이 경영 능력에서 심각한 결함을 보이지 않는 이상, 지금의 경영권 분쟁은 힘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y의 추가 지분 매입을 의도적 주가 부양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울 것 같다”며 “무엇보다 조 회장으로선 경영권 방어를 당연히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를 '공개매수 방해'라고 보려면 조금 더 논리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애초에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유발하거나 정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알렸다는 분석이다. 자금을 투자하고 기업을 키운 후 이윤을 남겨 매각하는 주체에서 기업의 분쟁을 해결하고 질적인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주체로 역할 확대를 시도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강성부 펀드(KCGI)는 비록 한진칼의 경영권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시장에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며 “이후 승계와 상속 등 분쟁 해결을 원하는 기업들이 강성부 펀드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MBK파트너스의 이번 공개매수 추진도 자본시장이 오너의 분쟁 이슈를 흡수하는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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