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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경영을 선포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전문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 제조본부장을 거친 만큼 회사 안팎에서 제조전문가로 꼽히지만 독립경영을 발표하면서 회사 경영 측면에서 내부균열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가 법원에 제기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 관련 심문이 오는 1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사내이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과 신규 이사 2명(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선임 안건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가 박 대표의 이사해임안을 내놓은 것은 박 대표가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 인사팀 내 인사그룹 등을 신설했다. 이전까지 한미약품 인사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관할했지만, 지주사에서 벗어나 독자경영하겠다는 것이다. 인사팀과 법무팀 담당은 이승엽 전무이사와 권순기 전무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권 전무는 자문사 'L사' 측 인사로 꼽힌다. L사가 한미약품그룹 대주주들의 자문을 맡으면서 한미사이언스에 만들었던 전략기획실 출신이기 때문이다. 권 전무는 형제(임종윤·임종훈)가 3월 정기 주총에서 승리한 후 한미약품그룹에서 퇴임했지만 박 대표가 복귀시킨 셈이다.
박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그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로부터의 독립경영을 공식화했다.
박 대표가 독립경영을 선포한 지 한 달이 지난 최근 회사 내부에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에 박 대표가 적합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미약품 라운지에는 '박 대표가 제조전문가는 맞지만 경영전문가로서 자질을 입증한 적은 없지 않느냐'는 식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한미약품 임직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팔탄공장장을 거쳐 제조본부장을 지냈고,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대표로 선임됐다. 한미약품그룹에서만 30년 넘게 재직하며 핵심 연구인력으로 꼽혀왔다. 제조전문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경영전문가라는 데는 의구심이 들 만하다. 이미 경영 측면에서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 모녀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할 때 박 대표는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신 회장이 형제 편에 섰던 점을 감안하면 박 대표가 신 회장 측 인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3자연합이 형제와 갈등을 빚을 때도 갑작스럽게 한미약품을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시키겠다고 밝히며 L사 측 인물을 다시 불러들였다. 계열사 대표가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깊숙이 개입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제조전문가는 맞지만 이외 분야의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가족 간 화합이 우선인 상황에서 박 대표의 계열사 독립경영 선포는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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