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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품은 한국타이어, 현대차와 불편한 동거 이어갈까

Numbers_ 2024. 10. 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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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품은 한국타이어, 현대차와 불편한 동거 이어갈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정했다. 사업 영역을 공조기·열관리 기술으로 넓혀 종합 부품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온시스템 매출의 절반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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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 사진 제공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정했다. 사업 영역을 공조기·열관리 기술으로 넓혀 종합 부품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온시스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열관리 부품 자급에 시동을 걸었다. 과거에는 한온시스템 인수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달 30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를 통해 한온시스템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한앤컴퍼니 보유분 중 23%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이다. 총 1조8277억원을 투입해 지분 54.77%를 확보한다.

한온시스템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타이어, 배터리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은 자동차 열관리 부품, 공조장치 등 핵심 부품으로 확대된다. 자산 총액은 26조원으로 30대 그룹 진입이 유력하다.

 

자료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단위 : 억원

 

한타, 한온 지분 매입 후 현대차에 ‘미운털’…韓 매출 45%↓


우려되는 점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다. 한온시스템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47%를 차지한 기업이 현대자동차그룹(HMG)이다. 부품 수직계열화 성향이 짙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양질의 품질과 점유율을 갖는 거대 협상자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2014년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이수 후 현대자동차그룹과 불편한 동행을 이어왔다.

한온시스템의 전신은 범현대가였던 한라그룹 계열 '한라공조'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 부도로 지분 69.99%를 포드에 넘겼고, 2014년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당시 한라그룹이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최종 인수자는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었다. 

현대차는 한국타이어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한국타이어는 인수를 강행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지분 인수 후폭풍은 상당했다. 현대차는 2015년 이후 제네시스, 그랜저, 쏘나타 등 상위 모델에 신차용 타이어에 수입 브랜드를 채택했다. 보급형 차량에는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경쟁사 제품 비중을 늘렸고 계열사인 기아 역시 같은 행보를 밟았다.

이 시점을 시작으로 한국타이어의 국내 매출은 매년 줄었다. 2014년 1조3940억원이던 내수 매출액은 2021년 7620억원으로 7년 사이 45.3% 빠졌다. 한국타이어의 국내 매출은 양사의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한 202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당시 현대차의 공식적인 답변은 "제네시스 신차 타이어 품질 불량" "타이어 품질 및 브랜드 인식 제고를 위한 것"이었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와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온시스템 2023년 지역·거래처별 판매 내역 / 자료 =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 현대차 매출 비중 47%…'맞손' 가능할까?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수요처별 매출을 보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모비스 등)이 47%를 차지한다. 기타 수요처는 △포드(12%) △폭스바겐(10%) △GM(7%) △BMW(4%) △스텔란티스(4%) △벤츠(2%) △기타(14%) 등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히트펌프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구동모터, 인버터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장치다. 기존 난방 방식(PTC)과 비교하면 열효율은 30~50% 이상, 주행가능거리는 10%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전기차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부품으로 취급된다.

이 외에도 에어컨(HVAC), 트레인 쿨링(PTC), 압축기(COMP), 플루이드 트랜스포트(FT) 등 다수의 신차용 공조·냉각 부품을 생산한다. 전기차에 집중하는 현대차그룹에게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열관리 부품에 대한 자체적인 기술 확보, 생산 체제 구축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에 현재의 매출 비중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고, 대형 협력사를 추가로 발굴해 시장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현대차 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지난 2018년 열관리 시스템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2030년까지 열관리 부문 상위권 기업으로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근에는 TMS사업부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위아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밝힌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비중은 2025년 5%에서 2040년 49%로 급증한다. 또한 전체 전기차의 92%는 순수배터리 전기차(BEV)가 될 것으로 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전기차의 경우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전장부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열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며 "신차 플랫폼과의 호환성, 원가절감 등을 감안했을 때 자사 계열사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