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박종면칼럼] 우리금융 임종룡의 5가지 책무

Numbers_ 2024. 10. 28. 15:23

▼기사원문 바로가기

 

[박종면칼럼] 우리금융 임종룡의 5가지 책무

여권 분열‧레임덕으로 국감서 완승…퇴진론 소멸모른다고 말고 사건전말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은행장 등 관련자들 제대로 책임 묻고 정리해야보험사 인수 중단하고 지배구조‧이사회 개편

www.numbers.co.kr

 

여권 분열‧레임덕으로 국감서 완승…퇴진론 소멸
모른다고 말고 사건전말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은행장 등 관련자들 제대로 책임 묻고 정리해야
보험사 인수 중단하고 지배구조‧이사회 개편해야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검찰은 사건을 주도한 손 전 회장 처남 김모 씨와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손 전 회장과 박화재 전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에 대해서도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임모 전 본부장은 손 전 회장 처남으로부터 부당대출을 해 준 대가로 2억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박화재 전 여신담당 부행장은 사건 초기 이번 부당대출 사건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변호사를 내세워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법적 조치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던 사람입니다. 손 전 회장은 그동안 우리금융 후배 임직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와중에 최근에는 자녀 혼사 소식이 우리금융 안팎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금융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진행 중이고 1년 앞당겨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도 한창입니다. 사퇴 압박을 받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그동안 했던 것처럼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하면서도 사퇴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조직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퇴진을 거부했습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는 30~40년 전에나 있을 법한 엄청난 사태를 일으킨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에 대한 질타보다는 여권 실세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임종룡 회장을 옹호하고 격려하는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반대로 이들은 금융감독원과 이복현 원장에 대해서는 “우리금융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며 질책했습니다. 

정무위 국감은 윤석열 정부의 실세 이복현 원장에 대한 모피아(재무관료) 대표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이제 최소 2026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임 회장이 설령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임기는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나서 임 회장의 거취를 논의할 리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임종룡 회장에게 유리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지금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급격하게 레임덕 상황으로 빠져드는 현실입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 여권이 분열해 여당 실세 의원들이 오히려 이복현 원장을 비난하고 임종룡 회장을 옹호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임 회장은 시절 운도 좋은 듯합니다.

그렇다면 30~40년 전에나 일어날 법한 해괴한 ‘우리금융 사태’는 손태승 박화재 임모씨 등 퇴임한 전직 임직원 몇 사람만 처벌받는 것으로 끝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임종룡 회장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할 일이 많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금융과 관료 사회 일각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 과거 손태승 회장 등 몇몇 금융지주 회장들이 징계를 받고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며 금융당국과 맞섰던 것과 뭐가 다르냐며 비판하기도 합니다. 

임종룡 회장은 국회 정무위에서 조직 안정, 내부 통제 강화,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몇 가지 책무가 있습니다. 

우선 이번 사태의 전말을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게 선행돼야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최고경영자를 믿고 따르고, 조직문화도 혁신할 수 있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그랬고 일관되게 전임 회장을 비호하지 않았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도 않았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전직 금융계 고위 인사는 이런 증언을 했습니다.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선임되고 공식 취임하기 전에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 경영에 참고할 만한 얘기를 해 달라고 해서 손태승 전 회장과 관련된 우리금융 내부의 여러 우려를 전달했다. 손 회장 재임 기간 중의 이해할 수 없는 인사와 이것과도 관련되는 친인척 대출 관련 풍문들에 대해 말해 줬다.” 이 증언이 거짓이 아니라면 임종룡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을 전후로 이미 손태승 전 회장과 관련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는 게 상식입니다. 

비슷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어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임종룡 회장이 손 전 회장 관련 문제를 취임 후 1년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것은 손태승 회장이 자신의 처남 관련 부당대출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이 같은 증언들을 부인하겠지만 손태승 전 회장과 우리금융과의 관계가 임 회장 취임 후는 물론 이번 사태가 금감원을 통해 공개될 때까지 지속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황상 이런 증언들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알려진 대로 임종룡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에 대해 퇴임 후 연봉 4억원의 고문직으로 예우했습니다. 그러다 일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해촉했습니다. 금융사에서 전임 CEO에 대한 고문직 예우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고 재임시 거액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임종룡 회장의 전임 손태승 회장 챙기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손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퇴진 후에도 공익재단인 ‘우리다문화재단’ 이사장직을 계속 맡았습니다. 그러다 이번 친인척 대출 비리 사건이 터지자 비로소 지난 8월 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사태와 관련해 여러 자리에서 “전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인척(부인과 처남) 관련 비리다 보니 은행 내부의 의사 결정 관여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은행 내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신임 회장과 행장이 취임한 지 2년 가까이 지나서야 금감원 검사로 드러났다. 법적 의무나 책임을 떠나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에서 초래된 사고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원장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합니다. 언제 손 전 회장 관련 비리를 처음 접했는지, 그런데 왜 취임 후 1년이 넘도록 방치했는 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우리금융 구성원들에게 유감이라도 표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이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임종룡 회장이 해야 할 일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먼저 조병규 우리은행장입니다. 조 행장은 전임 손태승 회장과 전임 권광석 행장 시절 우리은행에서 핵심 보직을 맡아 누구보다 이번 사태를 오래전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은행장 취임 후 금감원에 의해 사태가 외부로 알려질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온 금융지주 회장에게 정확하게 사실을 알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진언해 매듭을 풀어야 했습니다. 이런 정무적 판단과 행동을 못 한다면 CEO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자회사 대표 후보 추천위원회를 조만간 열어 임기 만료된 조병규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합니다. 또다시 오판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올해 우리은행 실적이 좋다느니 아직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느니 해서 안팎의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조병규 행장 외에 책임질 사람은 더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실패한 검사 준법감시 라인과 이번 사태를 오히려 증폭시킨 우리금융지주 내 고위 간부들입니다. 임 회장이 자신의 측근이라 해서 놔둔다면 조직은 무너질 것입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세 번째 책무는 현재 추진 중인 동양생명 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작업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임종룡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지금은 본인의 퇴진보다 조직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조직문화 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보험사 인수보다 조직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조직문화 혁신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내부가 안정되고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면 외연 확장은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금감원과 이복현 원장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합니다. 또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3등급을 받으면 하고 싶어도 M&A는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임종룡 회장의 네 번째 책무는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금융 이사회를 바로 세우고 지배구조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이 대목은 임종룡 회장에게 원죄가 있습니다.

현행 우리금융 지배구조와 이사회는 임종룡 회장 본인이 2016년 금융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모범적이고 선진적이라며 만든 과점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입니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작동해 봤더니 가장 문제가 많은 지배구조와 이사회임이 드러났습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태승 회장 시절 CEO 친인척 관련 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옵니다. 오히려 손 전 회장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인사 때가 되면 일부 사외이사는 청탁까지 했다고 합니다. 전임 회장 시절 우리금융에서는 인사철이 되면 이번에 구속된 손 전 회장의 처남과 ‘ㅇㅇㅇ회장’으로 불리는 유력 사외이사 주거지로 사람들이 몰려갔다고 전해집니다.

임종룡 회장은 이런 얘기들을 일방적 음해라며 무시해선 안 됩니다. 핵심은 현 경영진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과점 주주를 영입하고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것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눈치나 살피는 국내 금융사 과점 주주들이 아니라 제대로 견제 기능을 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나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을 데려오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임종룡 회장이 해야 할 책무는 가장 쉽고도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전직 금융위원장 NH금융지주 회장 경제부총리·총리 후보 등의 엄청난 관록은 벗어던지고 우리금융 직원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외부 출신의 황영기 전 회장은 직원들과 폭탄주도 잘 마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어울렸는데 임종룡 회장은 일과가 끝나면 손주와 놀아줘야 한다며 바로 퇴근하더라. 지난봄 우리금융 프로암 골프대회에 갔더니 영업에 도움이 되는 고객들은 드물고 온통 보이는 건 임종룡 회장과 가까운 전직 모피아 관료들이더라.” 기자가 최근에 들은 얘기입니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기가 찰 일이겠지만 우리금융과 금융계에 비친 임종룡 회장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물감어수 감어인’(勿鑒於水 鑒於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라는 뜻입니다. 요즘 힘든 시기를 보낼 임종룡 회장이 참고할 만합니다. 임종룡 회장이 더 낮추고 더 낮은 곳으로 가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하면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연임도 하고 3연임도 할 것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