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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SK하이닉스의 도약과 최태원 이혼재판

Numbers_ 2024. 11. 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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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SK하이닉스의 도약과 최태원 이혼재판

항소심대로면 최회장 가용재산 전부 줘야해적대세력 4조 공개매수면 그룹 경영권 뺏겨세계1위 메모리社 해외사냥꾼 먹잇감 될수도대법원 충분한 시간갖고 제대로 심리‧판결해야SK하이닉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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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대로면 최회장 가용재산 전부 줘야해
적대세력 4조 공개매수면 그룹 경영권 뺏겨
세계1위 메모리社 해외사냥꾼 먹잇감 될수도
대법원 충분한 시간갖고 제대로 심리‧판결해야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7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무려 40%입니다.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메모리만 놓고 봐도 글로벌 최강자가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바뀌었습니다. SK와 삼성그룹 역사에서, 대한민국 기업사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만성 부실기업’의 대명사 하이닉스가 세계 1등 IT 기업 삼성전자를 누를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습니까. 

SK하이닉스의 비상(飛翔)과 도약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결단과 뚝심있게 투자를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미래 기술 흐름을 읽은 경영진과 기술 인력의 혜안 덕분입니다. 

SK가 채권단이 관리하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2012년입니다. 그룹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심했고 시장에서도 비관적 전망 일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은 미래를 보고 결단을 내렸고 인수 후에는 공동 대표를 맡아 책임경영에 나섰습니다.

SK하이닉스가 2018년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넘어 이번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린 것은 AI 메모리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덕분입니다.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당시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때 SK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을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그 후 10여 년에 걸친 투자가 결실을 맺어 지금은 엔비디아 TSMC와 함께 AI 반도체 ‘3각 동맹’을 구축, 세계시장을 석권합니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삼성 인텔 등 경쟁 회사에 비해 1~2년 정도 앞섰다는 지적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면 내년에 HBM에서만 25조원 정도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도체 사업 진출 12년 만에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1등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우뚝 섰지만 위기감이 고조됩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 재판 때문입니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가사 2부는 최 회장의 분할 대상 재산 4조115억원 중 무려 1조3808억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상고심도 이렇게 확정된다면 SK그룹이 어떻게 될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그룹의 주인이 최씨 가문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외부의 적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전략산업이 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 SK하이닉스가 해외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와 모바일에서도 고전하는 등 그룹이 위기에 빠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재용 회장의 7년에 걸친 재판과 구속이 결정적이었습니다. 

SK도 오너가 겪는 리스크가 다르긴 하지만 재판 결과에 그룹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특히 ‘사법의 정치화’로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법원 판결이 다수의 감정과 여론에 좌우됩니다. 애초 판사의 재량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이혼 소송이 갖는 ‘비송(非訟)사건’이라는 특성 때문에 최태원 회장 재판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65대 35의 비율로 4조원 중 1조4000억원을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했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이번 판결은 35%가 아닌 사실상 최 회장이 가용할 수 있는 전 재산을 노 관장에게 주라는 것과 같습니다.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알려진 대로 최태원 회장의 재산은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17.7%(1조9000억원)과 반도체 웨이퍼 전문회사 SK실트론 지분 29.4%입니다. SK실트론은 비상장사인데 법원이 평가한 최 회장 지분 가치는 7500억원입니다. 나머지는 특별히 돈 될 게 없고 오히려 최 회장은 SK㈜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4000억원 받았습니다.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총수라지만 알고 보면 빈털터리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재산 가운데 SK실트론 지분은 비상장인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상고심 소송 등 여러 가지 걸린 게 많아 당장 현금화할 수 없습니다. 남은 건 SK㈜ 지분 매각밖에 없습니다. 현재 주식 가치가 1조9000억원에 이르지만 대주주 주식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27.5%와 매각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할 1조4000억원을 마련하려면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17.7%를 거의 모두 팔아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 2부는 최태원 회장 재산 중 35%를 노소영 관장에게 주라고 했지만 현실은 핵심 재산을 모두 노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노소영 관장이 SK그룹을 창업했습니까. 아니면 SK하이닉스 인수와 성장에 노 관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까.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게 2012년이고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된 건 최종현 선대 회장이 갑자기 타개한 1998년부터기 때문에 그룹의 중추인 하이닉스를 포함 SK그룹의 성장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한 것은 거의 없습니니다. 육아와 가사노동이 전부입니다.

노소영 관장 측은 일관되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금을 SK㈜ 주식을 팔아 지급하더라도 SK그룹이 문제가 되거나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전혀 없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17.7%를 모두 팔아 노 관장 재산분할금을 지급하고 나면 SK㈜에 남는 특수관계인 지분은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명의의 6.7% 등 총 8%에 불과합니다. 최씨 가문의 SK그룹 지배력은 아주 취약합니다. 

요즘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한창이지만 적대적 세력이 현재 주가에 20~30% 프리미엄을 붙여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3조~4조원이면 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20~30% 정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국가 기간산업이자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까지 지배하게 됩니다. 

고려아연처럼 SK그룹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업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2조~3조원 쏟아붓는데 4조원 정도로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면 온갖 꾼들이 달라붙을 것입니다. SK그룹은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그야말로 하이에나들의 사냥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소영 관장 측은 “재산분할에 SK그룹의 존망이 달린 것처럼 호도하고 기업과 자신(최태원 회장)을 동일시하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며 최태원 회장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과거 ‘소버린 사태’라는 트라우마가 있는 SK그룹으로서는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된다면 SK㈜의 자사주 25%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사주를 받아줄 백기사나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따릅니다. 요즘 같은 밸류업 열풍의 시대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각에 나선다면 이런저런 비난도 쏟아질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SK그룹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상고심 재판이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된다면 그룹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SK그룹은 당연히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SK그룹에도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 경영권 방어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면 삼성이 이재용 회장 재판에 모든 걸 쏟아붓다 무너진 것과 똑같이 될 것입니다. 그룹이 위기를 맞고 계열사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들은 결코 SK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특히 10년 이상 엄청난 돈과 시간 기술력을 투입해 만든 세계 1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가 중국 회사들에까지 밀려 2~3류 회사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최태원 노소영 이혼 소송은 통상의 이혼 재판과는 전혀 다릅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재계 서열 2위 그룹이 흔들리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1등 기업이 무너집니다. 따라서 상고심 재판은 판사의 주관과 재량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반 비송사건처럼 진행 돼서는 안 됩니다. 최태원 노소영 이혼 상고심 재판은 항소심 판결처럼 젠더 편향의 징벌적 판결이 돼서도 안 됩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 2부 판결처럼 재판부가 미리 결론을 내고 판결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일반 가사 사건의 경우 상고 기각률이 80%를 넘는다지만 최태원 노소영 이혼 재판은 대법원이 너무 쉽게 심리불속행 기각(심리 없이 2심대로 확정하는 것)을 해서도 안 됩니다. 최태원 노소영 상고심 이혼 재판은 가사 문제니까 기업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판결을 해서도 안 됩니다.

시대의 현자 워렌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밖에 안 걸린다고 했습니다. 꽃이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입니다. SK그룹이 지금처럼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서기까지는 70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삼류 그룹으로 추락하는 데는 7년이면 충분합니다. SK하이닉스가 만성 부실기업에서 글로벌 1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서는 데는 12년이 걸렸지만 평범한 반도체 부품기업으로 추락하는 데는 1~2년밖에 안 걸립니다. 

검찰과 법원은 7년 넘게 이재용 회장을 기소하고 재판하고 구속함으로써 삼성그룹과 삼성전자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제 법원은 SK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에서 최 회장 가용재산 전부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함으로써 SK그룹과 SK하이닉스를 위기로 몰고 갑니다. 반도체 강국이자 경쟁국 대만은 그들의 반도체 대표기업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 나라를 지켜주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며 존중하는 데 대한민국은 정반대입니다. 

대법원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최소한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지 말고 전원합의체로 가서 시간을 갖고 제대로 심리하고 판결해야 합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