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CEO

최태원이 키웠다…SK '로얄로드' 밟은 김양택 머티리얼즈 사장

Numbers 2023. 12. 12. 11:06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SK는 수많은 M&A(인수합병)와 투자를 통해 현재 위치까지 오른 기업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경영진들에게 "SK가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철저히 검증하라"며 신중한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에널리스트 출신 김양택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이 올해 사장 승진과 함께 SK㈜ 머티리얼즈 새 사령탑으로 신규 선임됐다.

 

최태원이 직접 가르친 CEO

 

1975년생인 김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토러스투자증권에서 에너지·화학 산업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당시 김 사장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는 등 역량을 인정받아 2012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했다. 2년 후에는 SK㈜로 이동해 포트폴리오3실장, 투자2센터 그룹장, 투자1센터 그룹장, 첨단소재 투자센터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쳐왔다.

 

 

48세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김 사장은 SK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SK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 'ELP(Executive Leader Program)'를 수료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현직 CEO들이 직접 차기 CEO을 위한 ELP 프로그램 리더십 강의를 진행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임원진도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ELP 프로그램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인사에 김 사장과 함께 신규 CEO로 발탁된 오종훈 SK에너지 P&M 대표, 김원기 SK엔무브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SK는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 주도…'묵직한 존재감'

 

SK㈜는 평범한 지주회사의 틀을 깬 '투자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정체성의 일환으로 SK는 2018년 말 신규 사업 개발부서를 투자1∼3센터로 개편했다. 2021년 초에는 기존 투자센터를 개편하고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 분야별 투자센터로 세분화했다.

 

SK의 투자는 이 4개 코어(Core) 사업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각 투자센터가 그룹 전체 투자 방향을 이끄는 핵심 조직인 셈이다. 대표이사 직속인 만큼 그룹 내 위상도 남다르다.

 

김 사장은 2021년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으로 발탁됐다. SK㈜의 투자센터장은 요직으로 가는 '등용문'으로 통한다. 이용욱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투자2센터장), 추형욱 SK E&S 대표이사(투자1센터장), 신정호 SK시그넷 대표이사(디지털 투자센터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바이오 투자센터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를 주도하는 조직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SK가 그룹 차원에서 일찌감치 점찍어둔 주력사업이다. 김 사장은 지난 2년간 첨단소재 투자센터를 이끌며 △시그넷EV 경영권 인수 △배터리 개발사 솔리드에너지시스템 투자 △SK㈜-SK머티리얼즈 합병 등 굵직한 성과를 쌓았다.

 

김양택 사장(당시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이 2022년 3분기 SK 첨단소재사업 실적을 발표하는 모습. (이미지=SK 유튜브 갈무리)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매번 CEO 1차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에 올랐을 만큼 이미 그룹 내부적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는 인물"이라며 "젊은 나이에 그룹 내 '로얄로드'로 불리는 SK㈜ 투자센터를 거쳐온 데다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외부 노출도 꺼리지 않은 과감한 면모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선배 장용호·이용욱 사장 궤적 따라갈까

 

김 사장은 SK머티리얼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내실 경영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SK머티리얼즈는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그룹 포틴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음극재를 양산해 배터리 핵심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김 사장의 다음 행선지는 SK실트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사장이 장용호 SK㈜ 대표이사와

이용욱 SK실트론 사장의 커리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다.

 

SK는 올해 임원인사를 통해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을 SK㈜ 대표이사로 신규 임명하고,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을 SK실트론 차기 대표이사에 발탁하는 연쇄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장용호 사장과 이용욱 사장은 모두 △SK㈜ 투자센터장 △SK머티리얼즈 사장 △SK실트론 사장으로 이어지는 커리어를 쌓아왔다. 김 사장은 지난 2016년 장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성공적으로 주선한 경험이 있다. SK의 차기 리더로 떠오른 장 사장의 신임도 이미 증명된 셈이다.

 

동시에 SK실트론의 그룹 내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1월 최태원 회장과 경북 구미시 SK실트론 사업장 방문에 동행했다. 당시 최 회장은 “반도체·배터리 전략사업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