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주주행동주의

삼성물산, 주주총회 앞두고 엘리엇 출신 행동주의 펀드들 잇따라 압박

Numbers_ 2023. 12. 14. 15:40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물산에 잇따라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배분 최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삼성물산 압박에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는 과거 LG그룹의 계열분리에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이번 ‘압박 캠페인’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의 인물이 주도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사진=삼성)


13일(이하 현지시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는 지난 달 21일자로 삼성물산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을 68%로 추산하면서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고품질 사업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트박스는 2017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왔으며 현재 지분 0.5%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2018년 이후 주주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수익이 17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화이트박스는 “(사실상 삼성물산의 회장 겸 지배인인)이재용의 형사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전략적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수년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회사로부터 들어왔지만 최근 소수주주들을 무시하고 자산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의 투자를 결정해서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 지출에 연평균 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주주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가 연간 자본 지출을 두 배 이상인 1조2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을 밝혔는데 이로 인해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 사업에서 발생한 현금을 재할당해 주주 수익률을 제고하고 계열사의 수입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회사의 자본 비용이 투자, 인수 또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되도록 명확한 자본 배분 계획의 도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삼성물산이 소액주주들의 수익률과 연계된 임원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한 작성자는 화이트박스의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주식 책임자인 사이먼 왁슬리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및 상무이사를 지냈다. 화이트박스에서는 2012년부터 근무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LG그룹이 신규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분리에 나서자 왁슬리는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에도 엘리엇 출신의 펀드매니저가 설립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을 받았다. 팰리서 캐피탈의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은 삼성물산에 자본 배분 최적화와 주주환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스미스 CIO는 과거 엘리엇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에는 또 다른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 오브 런던 인베스트먼트가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화이트박스는 1999년에 설립됐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오스틴, 뉴욕, 런던과 시드니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주로 미국, 중남미와 아시아 기업에 투자해왔다. 화이트박스의 관리 자산 규모는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13년 20억달러였던 관리 자산 규모는 2019년 기준 60억달러로 증가했다. 

화이트박스는 최근 엑손모빌이 인수하기로 한 미 최대 셰일오일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가 지난 2020년 파산을 신청하자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또한 2017년에 파산한 미국 총기회사 레밍턴에 2억달러를 빌려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 상품과 기관을 뜻한다. 

최경미 기자 kmcho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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