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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발행한 약 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에 해당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대부분 지난 2022년 이후 발행된 것으로 당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인 라인(LINE) 프로젝트 건설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현금이 필요했다.
투자는 적절했지만 업황이 뒷받침되지 않아 탈이 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익감소가 지속되면서 EOD가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현금흐름에서도 불경기를 유추할 수 있다. 운전자본 축소 기조가 역력했으며, 향후 현금화에 대비한 금융상품 투자에 집중했다. 또 끌어모은 현금은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늘어난 이자비용 탓에 EOD
한국예탁결제원은 21일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총 14개 회차 사채 관련 EOD가 발생했다고 공고했다. 사채발행 금액은 총 2조450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전체 회사채 잔액 2조2950억원 중 약 90%에 해당하는 발행 건에서 문제가 생겼다.
롯데케미칼은 일정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한다는 특약을 걸고 회사채를 발행했다.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 △자산총액의 100% 이상 자산 처분 금지 △지급보증 또는 담보권 설정 비중 500% 또는 300% 미만 등 외에 원금 상환 때까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자비용의 5배 이상을 유지할 것을 추가로 약속했다. 대규모 EOD 사태는 이 추가 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해 발생했다.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발행액 기준 1조3650억원 규모의 사채는 2022년 2월 이후 발행됐다. 당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투자 자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자금 등을 마련하느라 대규모 유동성이 필요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774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드는 라인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칠레곤에 대규모 신규 크래커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또 2023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당시 1조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롯데케미칼은 이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차환용으로 회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매년 위기 언급…실제 재무 체력은
채권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운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업사이클 후반부에 대규모로 투자한 뒤 다운사이클 때 현금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버티는 구조"라며 "예상보다 다운사이클이 장기화되면서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소문과 달리 감내할 만한 체력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채권이 EOD에 빠지면서 현재 연기금, 증권사 등과 면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과 협의가 잘돼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당장 상환 요구에 응하거나 둘 중 하나다. 앞서 미즈호은행은 2324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과 관련해 상반기 기준 롯데케미칼이 재무약정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웨이버(일회적 적용 유예)를 승인해줬다. 현 대주단도 요건을 유예할 개연성이 높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적자상태였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극단적으로 웨이버를 거절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있고 개별 재무제표 기준 2조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기 때문에 재무적 완충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현금흐름 개선에 안간힘을 썼다. 채권 상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3분기 누적 순손실이 276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현금은 1조1390억원이 순유입됐다. 오히려 팬데믹 때보다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운전자본을 꽉 조여 손실 규모를 상쇄한 것이다. 매입채무 상환을 늦춰 약 1조원의 현금도 만들어냈다. 또 같은 기간 투자활동으로 7036억원이 순유출된 것은 지난해 투자활동에 4조2171억원의 현금을 투입한 것과 대비됐다.
현재 개별 재무제표 기준 1조82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비롯해 유동화가 가능한 매출채권도 약 1조원어치 보유했다. 활용 가능한 금융기관 크레딧라인(신용한도) 규모는 약 1조9600억원으로 알려졌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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