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주식

시총 만큼 유상증자…현대차증권發 중형 증권사 자본 경쟁 가시화되나

Numbers_ 2024. 11. 28. 14:18

▼기사원문 바로가기

 

시총 만큼 유상증자…현대차증권發 중형 증권사 자본 경쟁 가시화되나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국내 중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자기자본 대형화 움직임이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가능한 영업 범위

www.numbers.co.kr

 

/사진 제공=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국내 중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자기자본 대형화 움직임이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가능한 영업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국내 10위권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본확충 경쟁을 거쳐왔다. 11위 교보증권도 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등에 업고 수차례 증자를 마친 가운데 현대차증권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내년 3월5일자로 2000억원 규모 신주 상장에 나선다. 예정발행가액은 6640원씩이며, 총 3012만482주를 주주배정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예정발행가액의 경우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지난 25일까지의 한달 간 가중산술평균 주가와 이날 종가 8750원을 곱해 산출한 가격에서 15% 할인율을 적용했다.

다만, 내년 2월 초까지의 주가 흐름에 따라 발행가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날도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규모가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인 점이 반영돼 전거래일 대비 13.07% 빠진 7650원에 거래를 마감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이 기존에 발행한 보통주 3171만2562주의 95%에 해당하는 신주가 나오는 만큼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으며, 대주주인 현대자동차도 375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증권 지분율 25.43%로 단일 최대주주다. 현대모비스와 기아도 각각 15.71%, 4.5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주식 1주당 신주 0.699가 배정되며, 기존 주주는 내년 2월12일부터 13일까지 유상증자에 청약할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에도 전체 발행 물량의 10%(301만2048주)가 배정됐고, 이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된다. 기존 주주 청약률이 미달해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고, 이후에도 남은 물량은 주관사인 NH증권이 인수한다.

이번 증자를 완료하고 나면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5000억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3분기 말 현재 별도 기준 1조2931억원 수준이다. 영업을 잘하면 잘할수록 이익잉여금이 쌓이면서 자기자본도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들어서만 232억원의 자본이 늘었다. 현대차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91억원, 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33.9%씩 감소했지만 분기별로 보면 3분기 들어 반등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을 올해 상반기까지 보수적으로 적립하면서다.

이 같은 속도라면 현대차증권의 2000억원 규모 증자가 마무리됐을 시점인 내년 1분기 말에는 자기자본 1조5000억대 수준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20위권 이내 중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2024년 9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1조원대 증권사 현황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실제로 대주주인 교보생명을 상대로 수차례 증자를 거쳐 지금의 1조9729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압도적인 수준인 11위사 교보증권을 제외하고 보면 한화투자증권(1조6510억원)·신영증권(1조6047억원)·유안타증권(1조576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조원대 초반 수준인 증권사들은 현대차증권을 비롯해 iM증권(1조2138억원)·IBK투자증권(1조2045억원)·BNK투자증권(1조1774억원)·우리투자증권(1조1543억원) 등이 근소한 격차로 포진해 있는 상태다.

특히 현대차증권이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중형 증권사들 간 자본 싸움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증권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자본력에 따라 영업활동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1~10위권 증권사들은 인수합병(M&A)과 증자 등을 통해 일찌감치 대형화를 이뤘다.

10위권인 대신증권도 최근 자기자본 3조원대를 만들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위권인 교보증권이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2조원대를 넘어 종투사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기업금융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2013년 도입된 제도이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될 수 있다. 

한편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시스템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기업금융 등 IB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