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단기차입 한도를 늘린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급격하게 감소한 상황이라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저축성보험 만기도래에 따른 환급금 부담과 신종자본증권 상환 비용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8일 단기 차입 한도를 종전 1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단기차입은 1년 이내 갚아야 할 부채이므로 한도는 내년 말까지 유지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차입금은 실제 차입액이 아닌 유사시 신속한 유동성 대응을 위한 한도 설정"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사가 단기차입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 이례적이지는 않다. 앞서 지난해 12월 5일 신한라이프가 단기 차입 한도를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확대한 사례가 있다. 신한라이프도 당시 은행 당좌차월과 재매입을 전제로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단기 차입 확대 방안으로 언급했다. 한화생명도 당좌차월과 RP매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차입 한도가 2조7000억 상승하면서 급격한 유동성 위험에는 대비할 수 있게 됐으나, 단기 차입은 결국 갚아야 할 부채라는 점에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화생명의 이번 단기 차입 한도 상향폭(2조7000억원)이 자기자본(8조151억원)의 33.69%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향폭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금융지주 계열인 신한라이프가 한도를 1조4000억원 증액한 것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은 한도 설정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은 커지는 모양새다.
생명보험사가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는 이유는 저축성보험 만기도래에 따른 만기환급금 지급 대비 목적과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올 9월 기준 한화생명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2조2776억원)는 보장성보험(4조9213억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나간 보험금은 보장성보험을 이미 앞지른 상태다.
보장성보험 보험금 내역을 살펴보면 올 9월까지 3조3061억원(30.6%)이 나갔지만 저축성보험은 4조6195억원(42.8%)이 지급됐다. 저축성보험 만기가 본격 도래한 여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한화생명의 저축성보험 보험금은 8조911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작년 기준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에 따른 지급 보험금은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에 따른 지급 보험금 예상 금액은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작년과 대비해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내년 저축성보험 만기 도래 물량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 저축성보험 만기에 따른 보험금 지급 규모가 3조6000억원 수준인 만큼 단기차입을 대규모로 확대할 유인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업의 현금 보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올 3분기 별도 기준 한화생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997억원 수준으로, 전년 말(2조2688억원) 대비 1조2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올 3분기 까지 신종자본증권 상환 비용이 1조3276억원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1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IR) 당시 저축성 보험 만기 도래에 따른 유동성 관리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준일 한화생명 계리 팀장은 "2021년부터 만기 도래가 시작돼 작년 3조까지 만기 보험금이 크게 증가했다가 올해는 2조4000억원 정도로 낮아졌다"며 "내년 예상되는 만기보험금은 1조2000억원으로, 만기보험금 증가 이전 수준으로 도래해 유동성 관련 측면에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다정 기자 yieldabc@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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