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유상증자' LG디스플레이, 1조원 어디에 쓰나...신규 투자는 제한적

Numbers_ 2023. 12. 19. 20:59

L 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을 앞당길 재원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1조3600억원을 조달해 시설투자와 운영자금,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부임과 동시에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이 발표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개선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설투자 규모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30% 수준으로 크지 않고, 일부가 채무 상환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발행할 신주는 약 1억4200만주로, 예정 발행가는 20% 할인율을 적용한 9550억원이다. 최종 발행가는 내년 2월 말 결정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 주주인 LG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 관련 협력을 위해 5000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흑자전환' 당길 중소형 OLED 집중 투자

 

(자료=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시설투자에 4159억원을 투입한다. 유상증자로 끌어온 전체 자금의 30% 수준이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LG디스플레이가 가장 급하게 투자하기로 한 분야다. LG전자가 수주형 사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생산 능력 확대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은 내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투자에 단계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1분기 사용 금액과 부족한 자금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시설투자는 크게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OLED와 태블릿용 중형 OLED,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용으로 구분된다. 먼저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 시리즈를 겨냥한 소형 OLED에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952억원을 투입한다. 스마트폰용 OLED 생산라인의 풀 캐파 가동에 드는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생산능력을 종전 월 3만장에서 4만5000장으로 50% 더 늘렸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은 고객과 계약에 따라 공급 물량과 가격이 정해지는 수주형 사업으로, 수익성 확대가 절실한 LG디스플레이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회사는 확대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공급량을 크게 늘려,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중형 OLED에는 유상증자를 통한 공모자금 중 1038억원이 투입된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1년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시설 투자의 마무리 단계에 활용된다. 투자 종료일은 내년 1분기까지다. LG디스플레이는 장수명, 고휘도 특성을 갖춰 내구성, 성능이 개선된 '탠덤 OLED' 기술을 적용한 정보기술(IT) 제품용 OLED 패널 양산 체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선두를 달리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다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용 OLED 시장에서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65.9%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차량용 OLED 분야에 1033억원을 신규로 투입한다.

이밖에 노후설비 개선과 신규 모델 대응을 위한 설비 개조에 11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설 투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최근 회사의 CEO로 부임한 정철동 사장은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수율(생산된 제품 중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잡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앞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 메시지에서 정 사장은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납기·가격 등 기업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과 품질 관리를 중시하는 새 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운영자금·채무상환 등에 재원 70% 활용

 

(자료=한국신용평가)


시설투자와 별개로 운영자금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쓰인다. LG디스플레이가 기존 대형에 이어 중형과 소형 등 OLED 전 영역에서 생산능력을 갖추는 만큼 원재료 구매량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유상증자로 모은 자금 중 약 40%인 5483억원을 OLED 유기물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인쇄회로기판(PCB) 등 패널·모듈 제조에 필요한 부품, 소재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이어진 영업적자로 LG디스플레이의 재무 여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형 OLED 투자가 이어지며 순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부채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말 35.8%였던 순차입금 의존도는 올해 3분기 40.1%로 올랐다. 순차입금이란 기업이 가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값으로, 현금 보유량보다 빌린 돈이 더 늘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15.3%에서 올해 3분기 기준 322.2%로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투자를 위해 지난 3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장기 차입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안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중 3936억원을 채무상환에 활용하기로 했다. 앞서 시설투자를 위해 차입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과 외화차입금이 대상이다. ESG 채권은 내년 9월 만기 예정으로, 차입금은 2900억원이다. 외화차입금은 내년 12월 만기로 금액은 8000만달러(약 1036억원)다.


정철동 사장 '흑자전환' 의지 표명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결정은 이례적이다. 회사가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의 등락에 따라 흔들릴 때마다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LG전자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차입을 확대하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했다.

앞서 올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제일 전통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며 "국책은행이나 주요 대형 시중은행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에서 비교적 저금리, 장기물 조달 추진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상환 계획을 묻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결정은 정 사장의 부임 이후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에비타(EBITDA) 대비 높아지는 투자자금과 운용자금으로 추가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경영진 변화로 자금 확보 계획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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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LG디스플레이, 1조원 어디에 쓰나...신규 투자는 제한적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을 앞당길 재원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1조3600억원을 조달해 시설투자와 운영자금,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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