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 생산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코리너지솔루션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기술을 요약하면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 활물질에 도전재를 부착하는 겁니다. 도전재로 기존 카본블랙 대신 CNT(탄소나노튜브) 또는 그래핀을 사용합니다. 적은 양의 도전재 사용으로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얻을 수 있고 건식전극공정으로 습식전극공정 대비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이달 11일 김영준 코리너지솔루션 대표, 모상현 퓨처플레이 수석심사역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영준: 이차전지 관련 연구를 1992년부터 했습니다. 국내 1세대라고 이야기해요. 그때 막 산발적으로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할 때였죠. 박사학위를 받았던 1999년에는 국내 업체가 양산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잡고 있었거든요. 일본에 연구원으로 간 후 2001년 삼성SDI에 취직하면서 국내로 들어왔어요. 국내선 2000년부터 LG랑 삼성에서 양산을 시작했죠. 초기다 보니 삼성SDI에서 소재부터 양산 공정까지 다 경험해봤어요. 그러다 현대자동차연구소 연료전지시스템개발팀을 거쳐,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전자기술연구원(구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으로 근무를 했죠. 이차전지 관련 정부 로드맵이나 발전 전략을 다 저희 센터에서 했어요. 이후 성균관대학교에 와서 자유롭게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Q. 창업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영준: 4~5년 전부터 세계에서 제일 성능이 우수하면서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소재와 부품을 써야 하는지 그림을 그렸죠. 관련해서 몇 가지 기술들을 지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걸 하나씩 사업화하려고 창업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첫 번째로 상업화하려는 게 CNT나 그래핀 도전재를 양극 활물질에 직접 부착해 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전극의 품질을 높여 이차전지의 성능과 안전성을 다 잡는 거예요.
Q. 심사역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코리너지솔루션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모상현: 저는 퓨처플레이 투자팀장이자 수석심사역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해서 요즘 딥테크 영역에 주로 투자를 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고 있어요. 코리너지솔루션을 알게 된 건 저희 회사 내부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코리너지솔루션 CFO 간 인연때문이었습니다. 인바운드로 들어온 딜이었습니다. 처음 자료를 받자마자 빨리 만나야겠다 생각했어요. 대표님 이력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시장에서 지금 극복해야 할 문제, 모든 사람이 잘 아는 문제일수록 저는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걸 해결하려는 기술을 개발하시는 걸 알고 바로 연구실로 찾아갔습니다.
Q. 구체적으로 코리너지솔루션이 집중하고 있는 건 어떤 문제죠?
모상현: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전기차에 대응하는 데 있어 결국 가장 큰 이슈는 가격이에요. 얼마나 소재 비용을 절감시키고 생산성을 향상해 제조 원가를 낮추느냐 하는 문제죠. 그런데 소재(원자재) 가격은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방법 등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며 경쟁할 거고요. 그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죠. 그렇다면 에너지 밀도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했을 때, 대표님께서 관련 연구 결과를 가지고 계셨어요.
Q. 리튬이온전지가 1991년 상용화했는데 기술 발전 속도는 느렸다고요.
김영준: 반도체는 ‘황의법칙’이라고 해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나는 게 가능합니다. 배터리는 그런 법칙이 없어요.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배터리 사이즈가 정해져 있잖아요. 부피와 무게가 정해져 있다면, 에너지 밀도(저장하는 에너지 양)는 매년 2~3% 정도밖에 더 못 늘려요. 소비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빠른 것처럼 느끼겠지만 굉장히 느려요. 리튬이온전지 에너지 밀도는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를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Q. 코리너지솔루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전재에 집중한 거고요.
김영준: 소재나 공정은 사실 회사마다 차이가 없어요. 기술이나 인력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죠. 결국 전극을 같이 구성하는 도전재, 바인더 등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그 가운데 도전재를 어떻게 하면 잘 쓸 것인가 했을 때 CNT 또는 그래핀을 쓰니까 여러 이점이 있더라고요. 한 번에 에너지 밀도를 15% 정도 올릴 수 있고요. 초격차 기술인 거죠.
Q.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와 비교했을 때 CNT 도전재는 또 어떤 이점이 있나요.
김영준: 집전체를 코팅하는 데 카본블랙 도전재를 사용하려면 습식으로 액체(용매)를 혼합해 풀어줘야 해요. 뭉치는 특성이 강해서 분산을 해야 하거든요. 코팅 후에는 건조를 통해 용매를 증발해야 전극을 얻을 수 있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바인더와 도전재가 용매와 함께 전극 표면으로 이동해 안전성 저하 등 전극 품질의 불균일성도 야기해요.
반면 CNT 도전재는 그냥 활물질 표면에 감으면 돼요. 또 건식(활물질·도전재·바인더를 용매없이 혼합해 집전체에 코팅)으로 해도 전극이 잘 만들어지는 걸 확인했는데요. 건식이다보니 습식보다 공정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확 줄어요. 전기 사용량은 대략 15% 줄일 수 있어요.
모상현: 덧붙이면 카본블랙이든 CNT든 뭉치는 특성이 있어서 용매를 통해 녹여서 분산성을 확보합니다. 습식공정은 설비가 크게 구축돼야 하고 건조하는 시간도 필요해 생산성이 떨어지죠. 코리너지솔루션은 활물질에 CNT 도전재를 직접 부착하고, 건식으로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겁니다.
김영준: 건식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양극에 쓰이는 용매가 NMP(유기화합물 가운데 하나)라는 용매인데요. 그게 인체에 유해해요. 유럽에선 이미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용매를 못 바꾸면 건식이 답이죠.
Q. 연관산업 영향은요.
김영준: 소재 측면에서 현재 CNT 쪽은 우리나라 LG화학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카본블랙은 다 해외에서 수입했거든요. CNT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생산을 하고 있어요. 건식 관련 장비들도 필요해질텐데 습식 장비는 국내에서도 만들고 있는데 건식은 아직이에요. 독일에서 제일 많이 만들고 있어요.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 관련 투자를 많이 하고 있죠.
Q. 양산화 과제·목표와 타깃시장은요.
김영준: 일단 저희가 배터리 업체 승인을 받아야 해요. 양산 설비가 있어야 샘플을 제출해 배터리 업체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요. 양산 수준의 샘플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장비가 세팅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을 보고 있어요.
모상현: 현재 퓨처플레이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연구실에서 핵심 기술들을 조금씩 스케일업하고 있어요. 배터리 제조사나 소재 업체들이 요구하는 샘플을 제작하며 셋업하고 있는 단계고요. 계속해서 요구 사항들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확신이 들었을 때 큰 양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겠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J커브를 그릴 수 있을 거고요.
현재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곳으론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기업 ‘유미코아’가 있어요. 벨기에 회사죠. 글로벌 4~5위권에 드는 곳이에요. 관련 업계와 같이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면서, 나중에 필요 시에는 전략적 투자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시작점이고요. 궁극적으로 프리미엄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김영준: 일단 가격보다 성능 위주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그게 성공하면 비용 절감을 고민하겠죠. 배터리 성능을 높이면서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고 싶어요.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 프리미엄 시장이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도 그런 니즈가 우주나 군사 분야에 많아요. 잠수함에도 배터리가 많이 들어가는데, 잠수함은 전략 자원이니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인공위성에도 다 배터리가 들어가죠. 양도 많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모상현: 기술적인 걸 떠나 투자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면 사실 퓨처플레이가 딥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보니 교원 창업 사례를 많이 만나요. 저희가 교수님들의 기술을 감히 평가할 순 없어요. 대신 어떤 교원 창업이 잘할까를 봤을 때 결국 사업적 역량이 교수님께 있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저희가 봤을 때 김영준 교수님은 매력이 넘치셨어요. 기업에도 계셨기 때문에 실무 경험도 풍부하고 연구소에서 센터장도 했기 때문에 리더십도 있고요. 그리고 저희가 평판조회를 열심히 해요. 그런데 교수님과 같이 일한 분들의 피드백이 그랬어요.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보다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해왔다고요. 알면 알수록 저희한테 신뢰를 주니까, 오히려 저희가 투자를 받아달라고 했죠.
김영준: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이 초기에는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 글로벌 1~2등을 중국 업체에 뺏기고 있어요. 중국 내수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앞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어요. 실제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일부 기술은 중국이 앞서고 있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앞서 나가려면 기업체가 원하는 기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 그리고 국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요.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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