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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릿에너지의 경영권 변동을 포함한 인수합병(M&A) 거래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원영식 전 회장이 이끄는 초록뱀 그룹이 다시 시장에 모습을 내비치면서다. 초록뱀 그룹은 지오릿에너지의 경영권 지분을 상회하는 전환사채(CB)를 잇따라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 전 회장은 초록뱀 그룹의 계열사를 기반으로 M&A 관련 CB 투자를 활용해 수익을 거둔 이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초록뱀은 CB 인수 외에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투자 재개 소식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00억원 규모 CB, 인수 후 바로 쪼개져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은 지난 3일 보유 중인 지오릿에너지의 1000억원 규모 9회차 CB를 조합원들에게 배분했다.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은 자본금 1000억원으로 설립된 민법상 조합이다.
조합원으로는 초록뱀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오션인더블유(구 씨티프라퍼티, 초록뱀컴퍼니)와 원 전 회장의 장남인 원성준씨, 원성준씨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아름드리코퍼레이션, 유에스씨로 구성됐다. 이들 조합원은 ‘원성준씨→아름드리코퍼레이션→오션인더블유→유에스씨’의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9회차 CB는 각자 조합 설립에 출자한 금액만큼 쪼개졌다. 오션인더블유는 510억원어치인 3583만9775주 규모 CB를 받았다. 원성준씨는 200억원(1405만4813주),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190억원(1335만2073주) 규모의 CB 물량을 각각 소화했다. 유에스씨도 100억원(702만7406주) 규모의 CB를 챙겼다. 조합을 설립한 날은 CB 발행일과 동일한 이달 3일이다. 사실상 조합원들은 현금으로 조합 출자금만큼의 지오릿에너지 CB를 구매한 셈이다.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은 이처럼 인수했던 CB를 조합원들에게 배분해 특정인의 지분 집중으로 인해 관심을 받는 일을 피했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목적으로 설립된 투자조합은 분배 이후 해산 수순을 밟는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조합을 설립하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LP(유동성공급자)의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목적이나, 참여자들의 실명 노출을 피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며 “CB를 분산시키는 것은 공시 의무나 지분 집중으로 인해 주목받는 것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이라고 설명했다.
배보다 배꼽 큰 M&A…초록뱀 존재감 '주목'
이번 메자닌 거래는 지오릿에너지가 경영권을 이전하는 가운데 나타난 일이기다. 지난달 27일 지오릿에너지의 최대주주 엔투텍은 코스피 상장사 에이프로젠과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에이프로젠에 1734만9049주(10.93%), 최대주주인 지베이스에 1000만주(6.3%)를 양도하는 내용이다. 딜 클로징은 내년 1월 9일로 예정돼 있다.
에이프로젠은 후속 자금조달에도 참여해 지분 확대를 예고했다. 내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41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어 11월에는 149억원 규모의 8회차 CB도 인수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로 신주 2745만5716주, CB 인수로 잠재주식 1049만6090주를 확보한다.
이를 이행하면 에이프로젠과 지베이스 측이 확보하는 주식(CB 전환주식 포함)은 총 6533만7789주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41.15% 정도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엔피다즈 측이 내년 9월에 인수하는 신주 물량까지 합치면 7741만5084주(48.75%)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초록뱀 그룹이 인수한 CB의 잠재 물량은 이보다 크다. 이번에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이 인수해 조합원들에게 배분한 9회차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는 7027만4068주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44.26%에 이르는 것으로, 에이프로젠의 우호지분 제외 물량의 지분율보다 3.11%p 높다는 계산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오릿에너지는 지난 9월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21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했다.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는 1522만8426주다. 9회차 CB와 더하면 발행주식총수 대비 53.85%까지 늘어난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원성준씨이며, 원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의 최다출자자인 오션인더블유의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지오릿에너지의 M&A를 놓고 초록뱀 그룹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이 인수한 6·9회차 CB는 단일 규모로도 상당하며 기존 경영권과 주요 주주의 지분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특수관계자는 아니지만 엔피다즈의 유상증자 참여로 우호지분도 확보된 상태"라며 "지오릿브릿지 경영권 문제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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