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반도체 후공정 외주업체(OSAT) 하나마이크론의 차입금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몸집을 빠르게 불리는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그간의 투자 전략과 연관이 깊다.
하나마이크론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내부에 축적하기보다 생산능력(CAPA) 확장에 투입했다. 이는 차입 증가와 함께 재무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단기차입금과 변동금리 차입금의 높은 비중은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캐파 확장' 전략…차입금 1조 돌파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의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조628억원으로 설립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총차입금은 3647억원 수준이었으나 5년 만에 2.9배 증가했다. 현금성자산 1394억원에서 총차입금을 뺀 순차입금 규모도 1조원에 근접한 9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나마이크론이 덩치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이어진 결과다.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CAPA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이에 총자산은 2019년 말 7067억원에서 2021년 1조510억원, 2023년 1조7251억원, 올해 3분기 1조880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다만 이 기간 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는 51.6%에서 56.5%로 4.9%p 상승했다. 차입금 증가 속도가 회사 성장 속도를 앞질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차입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이 필수 설비 투자금보다 부족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금융기관 대출과 회사채 발행이 대표적이다.
하나마이크론은 매년 마이너스 FCF를 기록한다. 실제 2018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집행했으나,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특히 해외법인 설비투자나 패키징 부문 CAPA 증설, 하나머티리얼즈 생산설비 증설 등이 잇따랐던 2022~2023년에는 FCF가 -2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이다.
단기차입·변동금리, 리스크 관리 '과제'
더욱 부담되는 부분은 총차입금 가운데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낮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단기차입금은 총 4522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서 42.5%를 차지한다. 2019년과 비교해 3.8%p 낮아졌다. 하지만 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한 시점인 2022년과 비교하면 반대로 3.9%p 높아졌다.
통상 단기차입은 장기차입보다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조달비용만 놓고 보면 비교적 부담이 적기 때문에 단기화 된 차입구조를 선호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클수록 재무 조직의 역량이 과도하게 상환과 차환에 치중된다는 맹점이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장기차입금 중에서도 1000억원 이상이 매년 단기차입금으로 전환되고 있어 상환 압박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만기가 1년 이내로 다가오면서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되는 유동성장기부채는 2022년 468억원에서 지난해 1860억원, 올해 3분기 1791억원으로 늘어났다.
변동금리가 적용된 차입금 비중이 큰 것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로 하향 조정했지만, 2022년 1월 1.25%였을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하나마이크론이 차입을 크게 일으키던 시기와 금리 폭등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하나마이크론은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변동금리 조건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이 1% 상승 또는 하락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69억2300만원만큼 증가 또는 감소한다”고 밝혔다. 변동금리 차입금이 6923억원이라는 의미다. 이는 총차입금 대비 65.1%에 이르는 규모다. 1827억원(50%)이었던 2019년 대비 절대적 규모와 비중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회사가 부담한 연간 이자비용은 150억원에서 올해 3분기 493억원으로 3.3배 뛰었다.
물론 금리가 인하되는 환경에서는 변동금리 차입금이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이자비용이 지금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마이크론이 차입금을 급격히 늘렸던 시기가 금리인상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금리 환경에서 발생한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금리 변동에 따른 재무 리스크가 향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마이크론도 재무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824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3월에는 480억원 규모의 제로금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차입 대신 자금 확보와 함께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재무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닥 유동성 점검] 에코프로비엠, 재무안정화 고심…영구채 카드 꺼냈다 (0) | 2024.12.26 |
---|---|
[코스닥 유동성 점검] '공격적 투자' 대주전자재료, 재무개선 카드는 '자산재평가' (0) | 2024.12.26 |
엔씨소프트 차입금 감소…재무지표 개선 '결실' (0) | 2024.12.17 |
네오위즈, 순익 줄어도 현금흐름 개선…왜 (0) | 2024.12.16 |
'쿠키런 흥행 가도' 데브시스터즈, 곳간도 넉넉 (0) | 2024.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