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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 생산 기업 대주전자재료는 이차전지 산업이 주목받던 지난 2019년부터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서며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 간 기술력 확보와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던 시기다.
그러나 5년간 투자라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도 가시화됐다. 올해 들어 순차입금이 2000억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도 처음으로 200%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주전자재료는 토지자산 재평가를 통해 약 502억원의 자본 증가 효과를 거뒀다. 재평가 대상은 경기도 시흥과 전북 군산에 위치한 총 24만5174㎡ 규모의 토지다. 자산가치는 기존 1180억원 수준이었으나, 1682억원으로 올랐다.
이는 그간 공격적 투자로 높아진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평가에 따른 차액 502억원은 유형자산과 자본총계 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으로 계상됐다. 대주전자재료의 자본총계에 502억원 증가분을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3분기 말보다 약 50%p 하락한 176% 정도가 된다.
대주전자재료는 국내에서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해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파우치형 셀에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하며 주목받았다. 주요 고객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에너지 용량을 극대화하고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신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실리콘 음극재 양산에 성공한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생산 능력 확대와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당시 132억4000만원을 시흥 공장에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최대 3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를 주력 매출원으로 키우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말까지 자본적 지출(CAPEX)로 총 1865억원을 투입했다. 이중 1045억원은 지난해 지출한 비용이며, 올해도 3분기 기준 총 821억원을 집행했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실리콘 비중이 높은 음극재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성능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주전자재료도 실리콘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연구개발(R&D)과 생산성 강화에 주력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로 재무적 부담도 커졌다. 2019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830억원이었지만 올 3분기 말에는 2982억원까지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활발한 자금 조달로 5년 만에 7배 이상 불었지만 차입금 증가분에 미치진 못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2058억원으로 2019년 대비 2.9배 늘어났다. 이에 올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6.2%로 2019년보다 93.5%p 높아졌고 총차입금 의존도는 9.6%p 상승한 53%가 됐다.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도 잠재적 리스크로 떠올랐다. 대주전자재료는 지난 2021년 8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표면금리와 만기금리는 모두 0%로 책정됐고 투자자의 원금을 보호하기 위한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장치도 없었다. 투자자가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베팅했다는 의미다. CB 투자자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크레딧 부문 자회사 IMM크레딧솔루션이 설립한 ‘넥스트1호 유한회사’다.
그러나 최근 대주전자재료의 주가는 전환가액 10만3356원보다 3만원 아래인 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24일 종가인 7만7200원와 비교하면 괴리율은 25.3%에 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거나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효력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투자자가 풋옵션을 청구할 경우 대주전자재료로선 최대 800억원 규모의 자금 유출이라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는 향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해당 CB의 만기가 2028년인 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시간적 여유는 남아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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