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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노린 체급 키우기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전기자동차 지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성장 로드맵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구채를 발행했다. 부채 부담을 줄이는 한편 설비투자 속도 조절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커지는 재무 부담…CAPEX 속도 조절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 성장의 밑거름을 조성한다는 전략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부채총계는 1조537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올 3분기에는 -322억원을 기록했다. 빚은 점점 늘어나는데 이를 감당할 만큼의 돈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2770억원에서 올 3분기 말 196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10월 발행한 영구채와 ECA등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합하면 1조원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사업 운영 및 확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에코프로비엠의 부채가 늘어난 주요 원인은 차입금이다. 올 3분기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1조1600억원으로 2022년(2700억원)과 비교해 4.3배나 늘었다.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이 고루 증가했지만 눈에 띄는 것은 회사채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회사채가 없었지만 올해는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526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도 크게 올랐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말 77%, 2023년 말 108.4%에서 올 3분기 말에는 137.7%로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년 전에는 24.7%였지만 올 3분기에는 52%로 올랐다.
대규모 차입금은 재무부담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총차입금/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 배수는 2022년 1.9배였지만 올 3분기에는 -32.1배로 악화됐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올 초에 상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리포트에서 '오는 2025년 말까지 부채비율이 200% 초반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된다'면서도 '이후 헝가리 신공장 본격 가동에 따른 영업현금창출력 확대로 주요 재무지표의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자본적지출(CAPEX)도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올 10월 33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는 일종의 영구채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처리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강화에 활용된다.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또 CAPEX 조절을 위해 연초 제시했던 생산설비 투자 금액을 큰 폭으로 낮추기로 했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캐파(생산능력)의 경우 기존 증설계획인 2027년 71만t에서 일부 캐파 증설의 속도조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설비투자는 연초 제시했던 1조5000억~1조원 내외로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말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던 CAM9 공장은 완공 시기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실적 악화·트럼프 리스크…주가도 추락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여파로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한 점도 부담을 키웠다. 에코프로비엠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9.8% 감소한 2조301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은 각각 307억원, 4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위기를 맞은 가운데서도 회사는 사업다각화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즘 이후 이차전지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미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 6월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고 헝가리 양극재 공장 건설에 나섰다. 리튬보다 수급이 안정적인 나트륨으로 이온전지 양극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이어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실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려는 데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3곳(포스코DX, 엘앤에프, 파라다이스)이지만 이들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전기차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에는 최고 40만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주가는 11만원대로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업체로 2016년 5월 설립됐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이차전지 양극활물질과 관련 소재 제조·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45.5%를 보유한 에코프로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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