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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전해액 전문업체 엔켐은 그동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로 영업현금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해외 확장 투자를 위해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보충했다. 이에 부채 부담이 커졌지만 주식 전환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는 일을 반복했다. 올 하반기에도 공모방식의 CB 발행에 공을 들이고 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은 최근 공모 방식의 14회차 CB를 발행해 2500억원을 조달했다. CB는 투자자를 미리 선정하는 3자 배정 방식이 보편적이나, 이번에는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엔켐은 “이차전지 상장사의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하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기준주가를 그대로 반영해 14만800원으로 정했다. 전환에 따라 발행하는 주식수는 177만5568주로 전체 주식 대비 비율은 7.76%에 해당한다. 쿠폰금리(표면이자율) 1%, 만기이자율 3%로 이자부담을 최소화했다. 만기일은 2029년 11월29일까지다. 다만 공모로 진행하는 만큼 매도청구권(콜옵션)은 부여하지 않았다.
자금 조달의 목적은 해외 생산능력(CAPA) 투자에 있다. 조달 자금 가운데 200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나머지 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엔켐은 현재 47만5000t 규모의 전해액 생산 CAPA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27만5000t, 미국 10만5000t, 폴란드 7만t 규모다. 이번에 조달한 시설자금 2000억원은 북미와 유럽에서 진행 중인 공장 증설과 점유율 확대에 활용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생산 규모는 모두 21만t 규모였다. 엔켐은 증설 투자를 진행한 이후에는 해당 지역의 생산량을 79만t까지 늘릴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나머지 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쓴다. 매년 100억원씩 나눠서 리튬염과 용매, 첨가제 등 원재료를 구매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엔켐은 2021년 10회차 신수인수권부사채(BW)를 시작으로 꾸준히 메자닌을 발행하며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도 11~13회차 CB를 발행해 1915억원을 조달했다. 외부자금 의존도를 높이는 주요 목적은 증설 투자이나, 보다 구체적인 배경에는 실적 부진으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저조한 원인이 있다. 실제로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50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으로도 36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 연결기준 결손금은 2022년 말 7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58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3분기 말에 4229억원으로 급증했다. 결손금이 자본금을 갉아먹는 가운데 CB 발행까지 겹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했고 지난해 말에는 201.24%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0.09배, 올해 3분기 -0.74배로 떨어져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부채로 잡혔던 CB의 전환 청구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 덕분에 올 3분기 말 부채비율은 98.91%로 내렸다.
다만 기존 CB의 전환청구에 따른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오정강 엔켐 대표를 비롯한 대주주들도 마찬가지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오 대표는 콜옵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보유 주식을 늘렸다. 이에 오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13.96%에서 올 3분기 말 15.05%로 상승했다.
오 대표의 이번 CB 청약 참여여부는 미정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만약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분율은 다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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