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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재무부담 커진 크레버스, '영구 교환사채' 카드 꺼냈다

Numbers_ 2024. 12. 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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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재무부담 커진 크레버스, '영구 교환사채' 카드 꺼냈다

코스닥 상장 교육전문 기업 크레버스가 영구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한다. 최근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가는 가운데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영구채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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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크레버스


코스닥 상장 교육전문 기업 크레버스가 영구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한다. 최근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가는 가운데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영구채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버스는 자기주식(자사주)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매입해 쌓아둔 자사주가 적절하게 활용되는 모양새다. 향후 크레버스는 중도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19일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크레버스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120억원 규모의 1회차 사모 영구 EB 발행 안건을 의결했다. 만기일은 2055년 1월15일이며, 발행 후 3년 뒤부터 회사 측에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달렸다. 이번 영구 EB 발행으로 확보하는 자금은 △운영자금 30억원 △채무상환자금 40억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 50억원으로 활용된다.

영구 EB는 주식과 채권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신종자본증권의 일종으로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게 설정됐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특성으로 인해 현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크레버스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한 영구채 데뷔전이다. 지금까지 사모 영구채를 찍었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과 함께 재무 안정성을 도모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이번 EB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크레버스는 유동성 둔화와 함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2년 금융기관에서 900억원의 자금을 차입하면서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1218억원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이었다. 매년 차환을 위한 차입을 반복했고 올 3분기 말 768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금성자산이 2022년 말 334억원에서 올 3분기 말 143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26.5%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52.3%p 올랐다. 다만 영구 EB 발행이 마무리되면 부채비율 32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크레버스는 그동안 확보한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EB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고배당 기조와 함께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 자사주가 발행주식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26% 규모다. 이는 창업자인 김영화 대표(특수관계인 포함) 측의 지분율(24.24%)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크레버스의 자사주를 유동성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산으로 봤다. 당장 자사주의 절반만 시장가(19일 종가 1만5220원 기준)에 매각해도 205억원의 현금을 채울 수 있다. 이는 부채비율을 150%로 내릴 수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크레버스는 자사주 매각 방안에 대해 발표한 적이 없다.

EB가 부채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자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7%로 책정됐다. 통상 EB는 주식전환 옵션이 있어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율이 낮게 책정된다. 하지만 크레버스가 발행한 EB는 금리 메리트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는 BBB-급 회사채 금리(6.69%)보다도 높다. 여기에 이자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을 두고 있는 만큼, 3년 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