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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유동성을 점검합니다
하이브가 해외 시장 강화와 주주친화 정책으로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유지해온 무차입 경영 기조가 약화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재무지표가 뒷걸음칠 것으로 예측된다.
하이브는 무차입이 유지돼 유동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해당되는 항목을 회계기준보다 넓게 인정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금성자산 감소…상반기 순차입금 첫 '플러스' 전환
2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하이브의 순차입금은 4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51억원 증가하며 플러스로 전환했다. 순차입금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이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면 가진 돈이 갚을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재무상태를 ‘무차입’이라고 한다. 반대로 순차입금이 플러스라면 갚을 돈이 가진 돈보다 많다는 의미로 이 경우 무차입이 깨졌다고 본다.
하이브는 빚은 그대로인데 현금이 줄어든 경우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조1291억원에서 1조1154억원으로 1.2% 감소에 그쳤지만, 현금성자산은 1조3433억원에서 1조746억원으로 20%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5년래 최저치다.
현금이 줄어든 것은 기타유동금융자산 중 ‘금융기관 예적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하이브의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금융기관 예적금 규모는 7088억원으로 전년동기의 9942억원보다 28.7% 줄었다.
한기평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현금성자산으로 본다. 다만 현금성자산을 보다 폭 넓게 인정하기 위해 취득일로부터 만기 3개월 이내의 투자자산도 현금성자산에 포함한다.
하이브의 무차입 경영이 깨진 시기는 올해 상반기다. 상반기 말 기준 하이브의 총차입금은 1조378억원이었지만 현금성자산이 9789억원 감소하면서 순차입금이 5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같은 추세가 지난해 이후 지속된 점이 눈에 띈다. 하이브의 순차입금은 지난 2020년 -8079억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주가 부양에 자금 소요
하이브는 올해 자회사 지분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데 자금을 투입했다. 산하 레이블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 5%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 90%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 홍보대행사 ‘디에이전시그룹PR’과 미국 콘텐츠 기업 ‘퍼스트체어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지분율은 각각 51%, 100%다. 올해 8월 발표한 사업전략 중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이브는 꾸준히 미국법인을 인수하며 북미 진출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브의 65개 종속기업 중 50개가 미국법인이다. 2021년 글로벌 팝스타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소속사 이티카홀딩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하이브 2.0’을 통해 미국·일본·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현지 문화와 특성을 번영한 ‘멀티홈, 멀티장르’를 추진했다.
자사주를 매수하고 상장 이후 첫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주가부양책을 편 것도 현금성자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브는 올해 8월29일부터 9월13일까지 총 26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당 취득가액은 17만3949원이다. 올해 지급한 배당금은 292억원이다. 이에 따라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166억으로 지난해 3분기의 -364억원보다 802억원가량 유출이 확대됐다.
하이브는 대표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에 이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 어도어 걸그룹인 뉴진스 이탈 우려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성장이 곧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조를 유지했으나,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의 30% 이내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며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했다.
유동자산 소폭 증가, 유동·당좌비율 개선 '고무적'
줄어든 현금은 재무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5.4% 감소하면서 영업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같은 기간 23.7% 줄었다. ‘직접참여형’ 매출인 음반원·공연·광고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3분기 하이브의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를 0.1배로 집계했다. 지난해 하이브의 순차입금/EBITDA는 -0.5배였다. 순차입금/EBITDA는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으로 차입금을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낸다. 배수가 높아지면 빚 갚을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순차입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 측은 “통상 순차입금 계산 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금융기관 예적금 계정에 국한하지 않고 기타유동금융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에 포함된 단기 현금성자산이 포함된다”며 “올 3분기 기준 하이브의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모두 100%를 웃돌며, 순운전자본 역시 양의 값을 보여 유동성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즉 한기평은 현금성자산에 기타유동금융자산 중 금융기관 예적금만 산입한 반면, 하이브는 금융기관 예적금과 미수금·미수수익·단기대여금을 모두 현금성자산에 넣어 순차입금을 계산한다는 의미다. 하이브가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당좌자산을 현금성자산에 포함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이브의 계산방식에 따르면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1조1650억원으로 총차입금을 넘어서고 순차입금은 -496억원을 기록해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기평 측은 이 같은 산정방식에 대해 “미수금·미수수익·단기대여금 같은 유동자산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1년 만기 기준 유동자산을 현금성자산에 포함한 사례는 없다. 회계기준 감사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하이브의 유동비율은 137.14%, 당좌비율은 123.15%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6.1%p, 14%p 증가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상환능력)을 의미한다. 통상 200% 이상인 기업을 재무유동성이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당좌비율은 기업이 1년 안에 빚을 갚을 능력을 나타낸다.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미수금 또는 미수수익 같은 유동자산을 포함한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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