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HMM 매트릭스]④ ‘포스코 등판설’ 재점화, LX·하림과 컨소시엄 꾸릴까?

Numbers 2023. 9. 27. 22:57
HMM을 둘러싼 여러 이해 관계자의 복잡한 관계, 모략, 전략을 다룹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해운업 진출은 포스코의 오랜 숙원이다. 조단위 운송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40조원이 넘는 자산으로 실탄도 넉넉해서다. 포스코는 십년 넘게 해상운송기업 인수를 타진했지만 ‘바다 위 공룡’ 탄생을 우려한 업계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HMM 인수전이 ‘새우 싸움’ 양상으로 흐르면서 산업계는 포스크의 등판을 기대하는 눈치다. 포스코가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사정을 감안, 인수적격 후보자와 손을 잡는 컨소시엄 형태의 ‘HMM 매각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산업은행 HMM 민영화 추진, 포스코 유력 인수자로 꼽혀

 

포스코가 HMM 인수전의 단골 손님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21년 초부터다. 당시 산업은행은 HMM 민영화를 추진했다. 해운산업 활황으로 HMM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져 민영화를 추진할 적기라고 판단해서다.

시장에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HMM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포스코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산업은행과 포스코 모두 부인했지만 시장은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봤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면 시스템 혁신으로 물류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이유다. 

포스코의 해운 물동량 비용은 연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매물로 나온 HMM 지분은 산업은행(12.61%)과 신용보증기금(7.51%), 그리고 해양진흥공사(4.27%) 등 총 20.12%로 매각가는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연간 물류 비용도 안되는 자금으로 HMM을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2020년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며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인수 동기가 뚜렷하다고 봤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해운업계 반대로 물류회사 설립 계획을 접고 직속으로 물류 사업부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고객사의 화물과 포스코 물량을 함께 실을 수 있도록 ‘합적 배선 시스템’을 개발했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핵심사업으로 낙점하면서 일각에서는 해운물류 분야와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14년 전 해운업 진출 시도, 번번이 실패 

 

포스코가 해운업 인수 후보자로 꼽힌 게 HMM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포스코는 2009년 자회사인 포스코P&S(구 포스틸) 통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해양수산부 승인 과정에서 해운업계 반발로 실패했다. 한국선주협회 등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중소선사들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2011년 포스코는 다시 한번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다. 벌크선 등을 보유한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섰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포스코보다 무려 2배 이상의 몸값을 제시한 CJ그룹이 대한통운의 주인이 됐다. 

이후 포스코는 해상운송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자로 물망에 올랐다. 2013년에는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잠재 인수자로 꼽혔지만, 해운 경기 침체와 회사 내부 사정으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이력이 있어 포스코가 참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또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조선용 후판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포스코가 해상운송기업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는 또 다른 이유는 막강한 자금력에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포스코의 별도기준 총 자산은 무려 46조6000억원 규모다. 현금성 자산은 9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타유동금융자산은 7조5500억원 수준이다. 매각가가 약 8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HMM을 외부 차입이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도 자체 자금으로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컨소시엄 참여, 업계 반발과 자금 부담 줄어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해상운송기업 인수를 추진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온 해운업계의 반대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기존에 포스코와 거래하던 협력사들은 일감이 줄어 타격을 입는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해운선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포스코가 거듭 HMM 인수는 물론이고 해운업 진출은 없다고 못 밖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반발을 최소화하는 한편 자체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금 지원으로 HMM의 재무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도 끌어낼 수 있다. 실제 포스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당시에 GS그룹과, 그리고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꾸린 바 있다. 

포스코와 컨소시엄 가능성이 열려있는 기업은 LX그룹과 하림그룹이다. LX그룹과는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양사가 뜻이 맞는다면 논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올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X인터내셔널과 충남 당진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짓고, 아프리카 자원 부국인 마다가스카르와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또 LX인터내셔널은 포스코홀딩스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도네시아 니켈을 개발하는 등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하림그룹과의 연결고리는 국내 1위 벌크선(건화물)사인 팬오션이다. 포스코는 하림의 계열사인 팬오션의 오랜 고객이다. 팬오션은 포스코와 20년간의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매년 철광석을 운반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플로우가 팬오션과 해상운송 강화 협의체를 구성, 국적선 수송을 확대하고 적정한 수준의 운임 계역을 추진키로 했다. 만약 포스코가 하림그룹을 지원할 경우 HMM과 팬오션을 모두 우군으로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포스크 측은 HMM 인수적격 후보자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에 대해 “HMM 인수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과 같으며 이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기사원문 보러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