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을 둘러싼 여러 이해 관계자의 복잡한 관계, 모략, 전략을 다룹니다.
HMM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동원그룹은 원매자 중 자본력이 열세한 탓에 이른바 '언더독(상대적 약자)'으로 꼽히고 있다.
현금 동원력이 뒤처지는 동원그룹으로서는 HMM 인수를 위해 최소 수천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앵커출자자(LP) 등을 확보해야 하지만 동원그룹은 증권사 등 파트너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나홀로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의 ‘마이웨이’ 행보 이면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분 유동화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형제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통해 HMM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LX그룹, 하림그룹과 함께 HMM 인수를 위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돼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HMM의 예상 매각대금이 5조원~8조원에 달하는 만큼 세 기업의 자금 조달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상 동원그룹(동원산업)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6145억원이다. 같은 기간 하림그룹(하림지주)이 1조 4742억원, LX인터내셔널이 1조 2714억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걸 감안하면 동원그룹의 실탄 동원력이 가장 열세에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HMM 인수전에서 동원그룹의 경쟁력이 가장 뒤처진다고 평가해 왔다. 동원그룹의 자산 규모도 HMM(26조원)의 4분의 1 수준인 7조 1326억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원그룹 측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인수전을 완주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 측은 수조원에 달하는 내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동원그룹의 빅픽처…내부 자금조달 시나리오는?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자금 조달의 핵심 방안으로는 주요 계열사 지분 유동화가 꼽힌다. 타기업 대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만큼 경영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일부 지분을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동원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오너인 김재철 회장(15.5%)과 김남정 부회장(43.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1.14%에 달한다. 계열사 중 상장사인 동원F&B(74.4%), 동원시스템즈(83.6%) 역시 동원산업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류 계열사인 동원로엑스와 해외 우량 자회사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다.
상장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26일 종가 기준 동원산업이 1조4293억원, 동원에프앤비가 5982억원, 동원시스템즈가 8712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608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한 동원로엑스까지 포함하면 동원산업은 보유 지분으로 1조원가량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1조원에 육박하는 해외 우량 자회사 스타키스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스타키스트는 2008년 동원산업이 델몬트로부터 인수한 곳으로 미국 참치 1위 브랜드사다. 2014년 10월 동원그룹은 계열사 동원시스템즈가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할 때 스타키스트를 활용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동원시스템즈의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스타키스트가 테크팩솔루션 지분 24%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 자회사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동원그룹 측은 HMM 인수를 위해 동원산업과 스타키스트로부터 공동 출자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스타키스트의 연결 자산총계는 9883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자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반기보고서 기준 동원산업은 총 2조3505억원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유형 자산은 자가 소유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동원F&B빌딩 등이다. 2017년 1073억원에 매입한 이 빌딩의 현재 가치는 6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뛴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동원F&B가 소유한 동원F&B 빌딩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산업이 여러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 자산 매각도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HMM 딜 파란 일으킬까?
종합하면 동원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2조원대로 추산된다.
다만 동원그룹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한 LX그룹과 하림도 이와 유사한 수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LX그룹이 유상증자, LG그룹 및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본금을 2조7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최소 몸값이 1조5000억원으로 평가받는 롯데손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현금 동원력이 가장 뒤처지는 동원그룹으로서는 최소 수천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앵커출자자(LP)를 구하거나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 등의 우군을 확보하는 게 인수전 승리의 관건인 셈이다. 때문에 IB 업계에서는 형제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HMM 인수전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지분 20.7%를 보유한 김남구 회장이다. 김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계열 분리된 2004년 당시부터 한국금융지주(옛 동원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
김 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10살 차이의 돈독한 친형제로 알려진 것처럼 증권가에서는 동원그룹과 한국금융지주는 형제사로 통한다. 이미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동원F&B 등 동원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에 매년 대표 주관사로 참여하며 동원그룹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협력해 온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금융지주 측이 FI 등으로 HMM 인수전에 동원그룹 우군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HMM에 남다른 인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맏아들 김 회장이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명예회장은 19일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 직후 “글로벌 해운사 HMM 인수는 (해양 기업을 이루겠다는 동원그룹의) 꿈의 정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명예공학박사 학위수여식에는 장남 김 회장과 차남 김 부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언더독’ 동원, 한투 업고 ‘다크호스’ 되나
한국금융지주를 우군으로 확보하면 동원그룹은 단숨에 HMM 인수전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만큼 양사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금융지주는 10조 5668억원의 현금 및 예치금을 보유한 대형 금융지주사다. 이날(26일)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2조9758억원 수준이다.
지주 내 핵심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7조 5482억원) 기준 국내 2위 증권사로 통한다. 한국금융지주는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된 별도 회사인 만큼 법적 문제없이 재무적투자자(FI) 등의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동원그룹이 FI 없이 내부적으로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요청만 있다면 (한국투자증권이 FI 등의 참여를) 검토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HMM 인수를 위한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동원, LX, 하림그룹은 두 달가량의 실사에서 HMM의 재무 상태 및 사업 내용 등을 살펴보고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실사는 내달(10월) 중 종료가 예상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연내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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