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추석 연휴 이후 매각자 측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가 막판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이르면 10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하나금융지주가 바라보는 KDB생명의 투자 포인트에 관심이 쏠린다.
KDB생명 M&A 막바지... 여전한 의문부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하나나금융지주가 SP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에 돌입한다.
원매자와 매도자는 손해배상 조항과 최종 인수 금액 등 협의 사안을 두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막판 조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자 측은 10월 말 즈음 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봤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사 과정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 데다 산업은행의 자본확충 지원 등으로 하나금융지주가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KDB생명의 열악한 곳간 사정 때문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DB생명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367.23%에 달한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40.69%(K-ICS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에 불과하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KDB생명의 RBC 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미달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집착하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ABL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 M&A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되는 KDB생명의 투자 포인트에 시선이 쏠린다.
자본만 뒷받침되면 성장성 커... 산은의 전폭적인 지원도 뒷배경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은 장기간 대주주 변경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업 전속설계사 이탈이 발생하고, 초회보험료(고객의 보험 가입 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가 감소하는 등 신규 영업이 위축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5년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등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8년 연결 기준 60억원에 달하던 KDB생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510억원으로 열배 가까이 늘어났다. 순익도 2018년 64억원에 불과했지만 48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1년 2조4702억원이던 보험료 수입은 1년 만에 12.6% 상승한 2조7809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주주 산업은행의 KDB생명의 매각 추진이 2014년부터 시작돼 사실상 10년간 주인 없는 회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인 셈이다.
여기에 KDB생명이 FC(전속설계사), GA(법인보험대리점), BS(방카슈랑스), TM(텔레마케팅) DM(다이렉트마케팅 채널) 등 모든 영업 채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탄탄한 자본력만 뒷받침되면 외형성장이 가능하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기준 영업 채널의 90% 이상이 방카슈랑스에 편중된 보험사인 만큼 시너지도 크다.
상품 경쟁력도 나쁘지 않다. KDB생명이 배포한 투자설명서(IM)에 따르면, KDB생명의 주력 상품인 버팀목플러스종신 10년납은 생보사의 저해지 종신형 10년납 상품 중 2022년 10월 기준 판매실적 1위를 달성했다. 자본력만 있으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대주주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만큼 매각 성사 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8월 초 KDB생명의 142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 확충을 단행했고 지난 6월 후순위채 발행 때는 지급보증 지원을 해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용도를 등에 업은 KDB생명은 AAA(안정적)이란 우량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KDB생명은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모집에 535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ABL생명 등 보험사 매물을 제쳐두고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성장 잠재력과 산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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