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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發 '셀프 보수' 위법 굳어지나…'주총 시즌' 오너 기업들 '촉각'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이른바 셀프 보수 의결을 둘러싼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홍 전 회장이 과거 주총에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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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이른바 셀프 보수 의결을 둘러싼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홍 전 회장이 과거 주총에서 자신의 보수 한도를 높이는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건 위법이라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그대로 대법원 판례로 굳어지게 되면,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실제로 오너 일가가 경영진으로 있는 대부분 기업에 이 같은 셀프 보수 관행이 뿌리박혀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올해 주총 시즌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홍 전 회장 측은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심 감사는 "이사의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홍 전 회장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데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주총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재판에서 1·2심 법원은 2023년 당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던 홍 전 회장이 정기 주총에서 이사의 보수한도를 최대 50억원으로 결의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건 상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우리 상법은 '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이사의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대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위 사건) 결의는 주총 결의의 가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결의 방법상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주총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홍 회장에 대한 판결은 그동안 기업 오너들이 행해 온 셀프 보수 의결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심리하지 않고 법리 적용 등을 따지는 법률심인 만큼 홍 전 회장의 상고가 1·2심의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기업의 등기이사이자 지배주주들이 주총에서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오너 기업들 중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표결하며 특별 이해관계자, 즉 등기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제한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는 △㈜LG △경동나비엔 △아이에스동서 △한세실업 △한세예스24 홀딩스 등 5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2024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자산 1조원 이상 상장사 472개사 중 지배주주와 그 일가가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230개사를 분석한 결과다.
의결권 제한은 표결 결과에 영향을 준다. 연구소는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표결 결과가 부결로 바뀌는 회사는 230개사 가운데 28개사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앤컴퍼니 등 5개사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아 안건 표결 결과가 부결에서 가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 전 회장 사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양유업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결의'가 가결되며 홍 전 회장은 17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고 퇴직금은 약 17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당시 주총에서 홍 전 회장의 주식 수를 제외하면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대한 찬성 주식 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에 미달한다.
사실 비슷한 취지의 하급심 판결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에 홍 전 회장 관련 판결이 대법원 판례로도 확립된다면, 관행처럼 굳어진 기업 오너 일가의 보수 한도 셀프 찬성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법무법인 청출의 엄상윤 변호사는 "기존에는 실무상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 이사인 주주가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지만 최근 여러 하급심 판결들이 '이사 보수 한도 결의에 있어 이사인 주주는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주총 실무 역시 이에 맞게 변경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이사 보수 한도 의결에 관한 주총 실무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웨이브의 이창민 변호사 역시 "이미 특별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을 적용해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를 맡고 있는 주주가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이른바 '셀프 찬성'한 주주총회의 결의를 취소하거나 무효 확인한 사례는 적지 않게 축적돼 있었다"며 "대법원이 홍 전 회장 관련 재판의 결론을 유지한다면,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오너 일가로서는 셀프 찬성에 조금이나마 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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