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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적대적 M&A] '존재감' 과시한 조양래, 공개매수 저지 일등공신

Numbers_ 2023. 12. 26. 13:17

(그래픽=박진화 기자)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조현범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는 기준일까지 최소 매집 지분율을 밑돌았다. 이 과정에서 조양래 명예회장은 차남인 조 회장을 지지하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빠르게 지분 확보에 나서는 행동력을 보였고 이번 2차 형제의 난을 계기로 전면에 등장했다. 조 명예회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변수를 만들고 목적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승부 가른 ‘자금력’, 지분율 열흘만에 ‘0%→4.41%’ 급등

 

1937년생인 조양래 명예회장은 형제간 다툼이 본격화하자 조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며 전면에 나섰다. 고령인 조 회장이 나설 때만 하더라도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이미 주식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승계를 마친 그의 지분율은 0%였기 때문이다. 경영권 확보에 나선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게도 큰 변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빠르게 행동력을 통해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의 시나리오를 무너뜨렸다. 그는 불과 열흘 동안 주식을 대거 매집했다. 그는 11일 처음 150만주를 2만2055원에 취득하면서 매입을 시작했고 22일까지 모든 매매거래일을 거르지 않고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열흘만에 지분율을 4.41%로 끌어올렸다.

조 명예회장은 이를 통해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를 잡았고 공개매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주식 1932만주(20.35%) 이상을 확보하려 했다. 공개매수 시작 열흘 만에 단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며 프리미엄까지 붙였지만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 사실상 과반을 확보하면서 방어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기준 영업일까지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서 응모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MBK파트너스로 구성된 ‘반 조현범 연대’의 패착은 조 명예회장의 자금력을 간과했던 점으로 볼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불과 10거래일 만에 주식을 418만3718주까지 확보했다. 단기간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873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는 장내에서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모았다. 평균 매입가는 2만862원을 기록했다.

이번 형제의 난에서 조 회장의 보유 주식이 3990만1871주(지분율 42.03%)에 머물렀다는 점을 보더라도 부친인 조 명예회장의 행동력은 남다른 변수를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효성그룹이 백기사로 나섰지만 지분율이 0.15% 수준이다.

 

 


공개매수 작전 방어…국지전 이어져

 

조 명예회장은 이번 ‘형제의 난’에 적극적으로 참전하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막아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오너의 사법 리스크와 지배구조 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조 회장은 현재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올 3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의 주식 매입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조 명예회장이 당일 종가보다 높은 평균 단가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앤컴퍼니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고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세조종 등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조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가 시장참여자에게 혼란만 줬다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이전에 벌어진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해 앞으로 유사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주요 주주로 돌아온 조 명예회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사다. 당초 2020년 불거진 1차 형제의 난은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지분 23.59%를 블록딜 방식으로 넘기면서 시작했다. 조 명예회장이 이번 2차 분쟁에 회사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참전한 만큼, 꾸준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관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 조현범 연대’ 역시 재차 주주가치 제고 등을 앞세워 경영권 확보에 재차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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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적대적 M&A] '존재감' 과시한 조양래, 공개매수 저지 일등공신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조현범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는 기준일까지 최소 매집 지분율을 밑돌았다. 이 과정에서 조양래 명예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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