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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삼킨 하림] '13조' 통큰 투자, 계열사 '현금 창출력' 주목

Numbers_ 2023. 12. 27. 18:27

 

하림그룹이 오랜 숙원을 풀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을 품에 안고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도 추진 허가를 받았다. 각종 호재로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부담이 상당하다. HMM 인수와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에 각각 6조원 이상의 자금 투입을 예고했다.

단순 계산으로 2029년까지 13조원 필요하다. 각종 조달 수단을 통한 자금 확보 역량에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이 필요하다.

하림그룹은 최근 겹호재를 맞이했다. 염원하던 HMM 인수전에서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여기에 서울시로부터 서초구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사업 조건부 승인까지 받았다. 그룹은 2016년부터 숙원 과제로 추진한 사업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일대를 매입하고 지하 8층, 지상 최대 58층 규모의 물류시설과 주거시설 등 복합 단지를 갖추는 구상을 담고 있다.

각각의 사업 추진 과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HMM 인수로 인한 ‘승자의 저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양재 도시첨단 물류단지 조성까지 더해지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갖춰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금액은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양재 도시첨단 물류단지 개발사업 비용인 6조8712억원까지 더해지면 13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구체적 자금 조달 방안에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HMM 인수의 경우 2조~3조원 규모의 인수금융과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의 출자금, 선박 유동화, 팬오션의 3조원 규모 유증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그림으로 어느정도 윤곽이 나오고 있다. 팬오션은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한 투자자 이탈로 주가가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HMM 인수보다 많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양재 물류단지 개발사업 승인 소식까지 더해지자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토지 가격과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을 확보하고 나머지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원과 3조8000억원의 분양수입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물류단지 조성의 핵심인 화물터미널 부지를 이미 2016년 4525억원에 매입했기에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충분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며 “토지를 이미 매입해서 기반을 완벽하게 갖췄기에 심의 내용도 검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자금 운용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룹의 사업 확장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근간인 주요 계열사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역량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주요 계열사의 실질적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에비타(EBITDA) 항목을 통해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연결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의 에비타를 기록한 팬오션이 인수 주체로 나선 것도 우연은 아니다.

다만 팬오션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에비타 수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룹의 대표 기업인 하림은 2021년과 2022년 연결기준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금 창출력은 960억원, 118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팬오션이 기록한 에비타 1조4559억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현금 창출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지주의 연결기준 에비타는 2019년만 하더라도 6390억원이었지만 2020년 7108억원, 2021년 1조2590억원, 2022년 1조787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림그룹 지배구조 현황(자료=하림지주 분기보고서)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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