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포문을 연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차남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경영권 쟁취를 위해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목표치의 절반에 못 미치는 8.83%의 주식만 응모했다.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 2호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지난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결과, 지분 8.83%에 해당하는 주식 838만8317주가 응모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응모주식수가 최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예정보다 하루 일찍 발표를 앞당긴 양상이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오는 27일 공개매수 응모 주식 매수와 함께 결과도 공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응모주식수가 최소 목표치로 제시한 1931만5214주(20.35%)를 밑돌면서 매수 자체가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MBK파트너스 측은 "응모주식수가 최소목표수량인 1931만5214주에 미달했으므로 응모주식 전부를 매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는 일찍이 MBK파트너스 측의 실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MBK파트너스의 목표 지분(20.35%)은 양측의 지분을 뺀 기타 지분(22.46%)과 얼마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보유한 개인·외국인 투자자 중 90% 이상이 참여해야 성공한다는 뜻이었다.
지분 경쟁이 시작된 이후 조영래 명예회장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잇따라 지분을 취득했으며, 백부인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도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우호 지분 매입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지만 참여 유인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 또한 결과를 예측한 모양새였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이달 15일부터 연일 하락했으며 결국 공개매수 마감일인 22일 1만63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 가격보다 30% 이상 낮은 수치다. 조 회장의 승리가 점쳐지면서 매도 심리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공격수 입장에서 또 다른 카드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일반 투자자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미리 털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개매수는 방어자인 조 회장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법적 공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의 우호지분 매수가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시세조종이라고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혐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2차 공개매수 등 기회를 엿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MBK파트너스는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도 성공했고 과거 해외에서도 몇 차례 성공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진짜 성공을 예상하고 한국앤컴퍼니 인수를 시도했는 지는 모르겠으나 2차 3차 공개매수가 있을 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변수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올해 3월 구속기소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 바 있다. 2020년에도 횡령·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당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업계는 조 고문이 내년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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