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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 사임…결정적 이유는 적자·유증 논란

Numbers 2025. 3. 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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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 사임…결정적 이유는 적자·유증 논란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반복된 적자와 유상증자 논란 속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과 시장 신뢰를 동시에 놓친 채 6년 리더십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6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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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 / 사진 제공=차바이오텍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반복된 적자와 유상증자 논란 속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과 시장 신뢰를 동시에 놓친 채 6년 리더십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6년 만에 퇴장…매출 두 배 됐지만 적자는 더 컸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 대표의 사임 안건은 오는 31일 열리는 차바이오텍 이사회에서 공식 의결될 예정이다.

오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와 삼성화재에서 전략기획 및 해외사업을 담당했다. 2016년부터는 차헬스시스템스 USA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미국 내 차병원 의료 네트워크를 총괄했고 2019년부터 차바이오텍 대표이사에 올라 회사를 이끌어 왔다.

취임 이후 오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왔다. 미국·호주·일본 등에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임상을 추진하고, 마티카 바이오 등 해외 자회사를 설립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또한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CDMO 사업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외형 성장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차바이오텍의 매출은 오 대표 취임 첫 해인 2019년 5346억원에서 2024년 1조450억원까지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2019년 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차바이오텍은 2020년 적자로 돌아섰고 2021년 잠시 회복한 뒤 2022년부터 다시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4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96억원의 손실로 다소 축소됐지만 지난해는 손실 폭이 다시 596억원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실적 괴리를 오상훈 체제가 추진한 ‘규모의 성장’ 전략의 한계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CDMO 자회사에 대한 설비 투자, 차헬스케어 병원 인프라 건설 지연, 연구개발 인력 대거 확충 등으로 비용 구조는 비대해진 반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병원 진료와 초기 단계 CDMO 수주는 수익성이 낮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2년 말 영입된 이현정 전 대표는 화이자, 샤이어 등 글로벌 빅파마 출신 인재로 주목받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약 1년 반 만에 회사를 떠났다.

2500억 유증 논란…오상훈 체제에 결정타

여기에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오상훈 대표 체제에 결정적인 리스크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차바이오텍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증을 추진했다. 발행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여서 주가 희석 우려가 불거졌고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

특히 유증 자금의 사용처가 CDMO 설비 확대와 R&D 투자, 글로벌 자회사 운영 등으로 제시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번졌다. 수년째 같은 명분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바이오텍은 2020년대 들어 미국 CDMO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 다수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운영해왔지만 이렇다 할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성과는 없었다.

유증 발표 직후 일부 주주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은 해명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자발적으로 열었지만 소액주주연대는 “사후 해명에 불과하다”며 불참을 선언했고 주주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결국 차바이오텍은 유증 규모를 1800억원으로 축소하고 조건을 일부 조정했지만 신뢰 회복에는 실패한 상황이다.

유증 후폭풍에 ‘소방수’ 투입…금융맨 최석윤 내정

차바이오텍은 유상증자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소방수' 투입에 나섰다. 새 대표로는 금융권 출신인 최석윤 전 메리츠화재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최석윤 현 PM&A 컨설팅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오상훈 대표 퇴임과 함께 최 내정자의 선임이 공식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는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을 거친 투자은행(IB) 출신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메리츠화재에서 기업보험 총괄사장을 역임했고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메리츠증권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차바이오텍이 증권·금융 분야에 정통한 인사를 수장으로 내세운 것은 지난해 말 발표된 대규모 유상증자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유증 마무리 및 재무적 신뢰 회복에 힘을 실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표 교체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라며 “유상증자 후폭풍을 정리하고 투자자 신뢰를 되찾기 위한 승부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1000tkdd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