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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텍 인수전 최종 승자는 엔켐·중앙첨단소재

Numbers_ 2025. 4. 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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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텍 인수전 최종 승자는 엔켐·중앙첨단소재

KT가 매각을 추진해 온 계열사 이니텍의 새 주인이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 컨소시엄에서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로 변경된 가운데 그 실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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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텍 /사진=이니텍 홈페이지 갈무리


KT가 매각을 추진해 온 계열사 이니텍의 새 주인이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 컨소시엄에서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로 변경된 가운데 그 실체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당초 인수전에 나섰던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는 사실상 코스닥 상장사인 엔켐과 중앙첨단소재에게 상당수의 이니텍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 과정에 신생 법인들도 대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전날 이니텍 경영권 지분 57%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약 669억원을 차입하고 172억원가량 출자받아 841억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주요 차입처는 코스닥 상장사인 엔켐과 중앙첨단소재 등이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엔켐과 알에스제일차사모투자합자회사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SPC다. 알에스제일차사모투자합자회사는 당초 이니텍 인수 거래당사자로 선정된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의 SPC다.

 

엔켐·중앙첨단소재와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 간 계약서 /자료=중앙첨단소재 공시 갈무리

 

전날 공시에 따르면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로부터 각각 133억원과 245억원씩 총 378억원을 빌렸다. 그러면서 채무자인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이니텍 주식 506만7023주를 담보로 잡았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향후 이 같은 대여금을 담보 주식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엔켐은 178만2841주, 중앙첨단소재가 328만4182주의 이니텍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에 들고 있는 지분까지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엔켐의 보유 주식은 341만8641주로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는 294억원 규모의 이니텍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각각 261만2288주, 134만5895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엔켐과 중앙첨단소재가 갖게 되는 이니텍 주식수는 각각 603만929주, 463만77주까지 늘어난다. 이니텍 최종 발행주식총수(2374만9099주)를 감안한 엔켐과 중앙첨단소재의 이니텍 지분은 각각 25.4%, 19.5%다. 합산 지분은 총 44.9%로 경영권 지분(57%)의 절반을 웃돈다. 이니텍 경영권 지분 대부분이 엔켐·중앙첨단소재의 몫인 셈이다.

엔켐·중앙첨단소재와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 간 계약서 /자료=중앙첨단소재 공시 갈무리


계약에 따르면 채권자인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는 이니텍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 권한도 확보하며 사실상의 경영권을 쥐게 됐다. 이니텍의 실권자가 엔켐과 중앙첨단소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엔켐·중앙첨단소재의 지분 구조 /자료=각사 2024년 사업보고서 갈무리


양사는 모두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가 사실상의 최대주주로 자리한 회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오정강 대표는 53.01% 지분을 보유한 회사 아틀라스팔천을 통해 중앙첨단소재의 경영권 지분(16.01%)를 보유하고 있다. 엔켐의 경영권 지분(14.82%)은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100%를 보유한 와이어트그룹을 통해 6.74%의 추가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전날 이니텍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주요 경영진 목록에서도 엔켐과 중앙첨단소재 출신의 인물이 합류했다. 우선 이니텍의 경영지배인으로는 현재 엔켐의 전략기획실 상무와 중앙첨단소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진성 씨가 임명됐다. 그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이사 선임시까지 이니텍의 경영을 총괄한다. 이사회에 새롭게 선임된 이상준 이사는 센트럴바이오(현 중앙첨단소재), 리켐(현 티엔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엔켐과 중앙첨단소재 모두 기존 사업과 연관이 없는 업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엔켐은 이차전지 전해액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금융보안 기업인 이니텍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필수 소재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정보기술(IT) 기기 등에 널리 사용된다.

1999년 설립된 중앙첨단소재 역시 폴리염화비닐 제품, 건축자재의 제조업과 분양대행사업, 통신기기 및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마찬가지다. 중앙첨단소재는 2023년 최대주주가 아틀라스팔천으로 바뀌며 이차전지 소재 유통사업도 시작했지만 지난해까지 관련 매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중앙첨단소재는 출자 목적으로 “신규 사업 진출 및 현재 회사가 진행중인 사업의 기술과 접목이 기대된다”고 공시했다.

이니텍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알려진 바 없는 신생 법인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일각에서는 차입처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이니텍 공시에 따르면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엔켐과 중앙첨단소재 외에도 △디비인베스트먼트㈜ △㈜해든성장 △아이알투자11호조합 △에스지미래비전 등에서도 자금을 차입했다.

이 가운데 디비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캠텍의 최대주주인 이상규 씨가 대표이사로 자리한 투자회사인 만큼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다만 해든성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자본금 300만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서울시 강남에 위치해 있으며 사내이사로는 김태림 씨가 있다. 이외 아이알투자11호조합, 에스지미래비전은 알려진 바 없다.

이니텍 인수 컨소시엄 관계자는 “공시된 바와 같이 669억원은 엔켐, 중앙첨단소재 등으로부터 차입했으며 인수금융을 끌어오지 않고 나머지 172억원의 인수대금을 납부했다”며 “로이·사이몬은 관리보수를 다 받고 정상적으로 펀드 및 SPC를 만들고 운용하나 펀드 청산이 평소보다 빠른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엔켐과 중앙첨단소재가 사실상 출자를 가장 많이했다 보니 최대주주인 것처럼 공시된 것”이라며 “엔켐, 중앙첨단소재를 제외한 차입처는 일반 재무적투자자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