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HMM 삼킨 하림] 제기되는 우려들...김홍국 회장, ‘뒷심’ 발휘할까?

Numbers_ 2023. 12. 28. 15:53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하림그룹의 HMM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우려를 내놓고 있다. 

HMM 노동조합은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연일 날을 세우는가 하면, 안영구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HMM 매각에 대한 책임론이 흘러나온다.

인수를 추진하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자금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첨단 물류사업에 6조원의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하는 김 회장이 막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거세지는 HMM 노조 반발, 인수 조건 공개 요구  

 

지난해 말 기준 HMM이 보유한 유보금은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배당 가능 규모는 약 9조원이다. 

업계에서는 체급이 부족한 기업이 HMM을 인수하면 배당 등으로 유보금을 챙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돈이 부족하다보니 외부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마련해 HMM을 인수하고, HMM의 유보금으로 빚과 이자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 HMM 인수전을 두고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하림지주의 자회사인 팬오션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분기 별도기준 4604억원에 불과하다. 총자산은 7조9679억원 규모다. 이 중 6조원 규모의 선박을 가지고 있지만 70%에 대해 담보가 설정돼 있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 

오랜 우군인 JKL파트너스가 지원 사격에 나서지만 모을 수 있는 자금은 많아야 7500억원에 그친다. HMM 인수를 추진한 하림지주가 나서도 마찬가지다. 하림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조3000억원 뿐이다. HMM 인수가 6조400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금액이다. 

업계 반발은 크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HMM 지부와 HMM해원연합노조는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림그룹이) 어떤 인수 금융 계획을 갖고 있어 재무적 안정성을 인정받았는지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핵심 검증 대상은 하림의 금융 계획과 매각 계약 조건에 대한 상세 사항”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27일에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정보 공개 및 공청회 개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매각 측이 인수자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검토보고서나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노조는 △하림의 HMM 인수자금 조달계획이 어떻게 재무적 안정성을 인정 받았는지에 대한 평가보고서와 구체적인 정보 공개 △HMM 인수기업에 인수 후 3년간 1조5000억원 배당을 약속했는지 공식 확인 △주식매매계약, 주주간계약 등 우선협상대상자와 추진중인 매매계약의 협의·합의된 매각조건에 대한 공개 등을 요청했다.


퇴임앞둔 산은 부행장 책임론까지...하림 진화 총력 


이 가운데 HMM 매각을 주도한 안영구 부행장이 내년 초 퇴임키로 해, 일각에서는 문책성 퇴임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HMM 매각 과정에서 기밀 사항이 유출되고 무리한 매각 추진으로 절차가 지연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하림 측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영구채 전환 유예와 사외이사 지명 요청권 축소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사인 동원산업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당초 계획보다 한달 가량 늦어졌다.

산업은행 임원의 임기는 ‘2+1년’ 구조다. 안영구 부행장은 지난 2021년 12월 기업금융부문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사실상 2년 임기는 채웠지만 연임에는 실패한 상황이다. 

하림은 업계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림그룹은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보금은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우선 사용돼야 하며, 배당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팬오션과 HMM의 합병 또는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팬오션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글로벌 해운사에 비해 선대 규모 및 보유 현금이 월등히 적은 HMM은 불황에 대비하며 경쟁력을 키우는데 보유현금을 최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하림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HMM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과거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M&A 이후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당연히 우리가 잘해야 한다. 국적 선사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금 준비를 이중삼중으로 안 하고 하겠느냐. 자금 우려는 전혀 없다”고 언론을 통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양지동 첨단물류단지 사업 개발까지 역점을 두면서 자금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다. 두 사업에만 13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해운과 부동산 개발모두 경기에 민감한 사업으로 이를 진두지휘하는 김홍국 회장이 공언한 내용을 지켜낼 지 업계 우려가 크다. 

하림 측은 "세부조건으로 성실하게 본계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월요일에 입장문을 내고 이미 설명을 한 내용과 입장이 같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