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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첫 CB 발행' 윤성에프앤씨, 제로금리 가능한 배경은

Numbers_ 2025. 4.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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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첫 CB 발행' 윤성에프앤씨, 제로금리 가능한 배경은

이차전지 믹싱 시스템 전문기업 윤성에프앤씨가 상장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실탄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모습이다. 이차전지 사업 성장성과 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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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에프앤씨


이차전지 믹싱 시스템 전문기업 윤성에프앤씨가 상장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실탄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모습이다. 이차전지 사업 성장성과 재무여건을 앞세워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성에프앤씨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400억원 규모의 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금리와 만기금리는 모두 0%로 책정했다. 사채 만기일까지 별도의 이자 부담이 없는 조건이다. 만기는 5년 후인 2030년 4월30일이다.

CB 발행에는 여러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자로 참여했다. 에이원자산운용과 오라이언자산운용, GVA자산운용, 포커스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 국내 메자닌 투자 전문 하우스가 다수의 펀드로 CB를 인수하기로 했다. 산은캐피탈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투자에 참여한다.

1회차 CB로 조달한 400억원은 모두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올해와 내년 각각 50억원씩 투입하고 2027년부터 나머지 3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중장기 사업 계획을 감안하면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제조 역량 강화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성에프앤씨는 주로 금융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2022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제외하면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 조달은 없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회사가 금융권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은 3185억원이다. 시중 은행에 연간 2.51~5.71%대로 돈을 빌렸다. 이 기간 단기차입금 상환액은 3424억원에 달한다.

차입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재무건전성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50억원에 불과하다. 총자산 3009억원 대비 차입금의존도는 8.3%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52.53%로 제조업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 차입 대신 제로금리 CB 발행에 나서며 금융비용 누수를 막을 수 있게 됐다. 만약 400억원을 CB가 아닌 차입으로 조달했다면, 매년 약 16억원(연 4% 기준)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CB를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별도의 이자수익이 없다. 오직 주식 전환에 따른 차익 실현에 베팅한 셈이다.

윤성에프앤씨는 안정적인 재무여건 외에도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이차전지 중 믹싱 공정에 적용되는 장비·시스템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만큼, 5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713억원으로 상장연도인 2022년 대비 29% 늘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371억원으로 50% 증가했다.

풍부한 이익잉여금도 주목할 대목이다. 윤성에프앤씨의 이익잉여금은 2022년 말 498억원에서 2023년 731억원, 지난해 109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2년 만에 1973억원까지 43%가량 늘어났다.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부채비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CB 투자에 참여한 관계자는 "투자 조건보다 회사의 펀더멘탈에 중점을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