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주식

금양, '배터리 자금출혈' 재무압박 부메랑될까

Numbers 2023. 10. 4. 12:28

 

금양의 급격한 투자액 증가는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사진은 2023년 9월 11일 금양 이차전지 기장공장 기공식 사진.(출처=금양 홈페이지 갈무리)

 

금양이 양극재 소재 기업 에스엠랩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동시에 단기차입금도 300억원 늘어났다. 증가한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총 차입금은 1500억원을 넘는다. 올해 적자 전환한 금양은 최근 벌이는 과감한 투자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투자 중인 사업의 빠른 수익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금양은 9월 27일 에스엠랩 신주 618만2111주(지분율 20.00%)를 85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단기차입금을 기존 640억원에서 940억원으로 300억원 늘리는 내용의 공시도 함께 냈다.

금양은 7월 20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에스엠랩 신주 618만2111주를 두 차례에 걸쳐 사겠다고 알렸다. 이후 지난 8월 31일 주식 117만7511주를 200억원에 취득했고 오는 10월 25일까지 나머지 500만4600주를 850억원에 양수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내 기업인 에스엠랩은 니켈 함량을 97%까지 높인 이차전지 양극재 단결정 소재를 개발해 시리즈C까지 1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금양은 에스엠랩 주식 취득 목적으로 리튬 이차전지 양극소재 생산기업 지분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내세웠다.

 

자사주 '실탄' 소진...하반기 투자액 '최소 2685억'

 

금양의 단기차입금 확대는 올해 들어 진행 중인 공격적 투자에 따른 재원 확보로 풀이된다.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처분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으나 현재 투자액이 주식 처분 이익을 넘기며 재무 건전성에 압박을 주게 될 상황이다.

금양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집행한 투자액이 835억원에 달한다. 수소기술퀀텀센터 건립(239억원), 콩고 ‘Charlize Ressources SAS’ 지분 50% 취득(약 130억원), 동부산 이차전지 공장 산업단지 토지·건물 중도금 466억원 등이다.

그럼에도 금양은 상반기 기준 재무지표에 큰 변화가 없다.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121.4%, 순차입금의존도 31.1%으로 반년 전인 2022년 결산 기준 부채비율 131.9%, 순차입금의존도 30.3%와 비교해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금양은 상반기 800억원대 투자에도 재무 건전성 지표가 비슷하게 유지됐다. (출처=금양 공시 보고서 데이터 재가공)

 

이처럼 재무 건전성이 유지된 건 비축해놨던 자사주를 처분한 영향으로 보인다. 5월 22일 자사주 100만 주를 총 525억원에 해외 기관투자자에 매각했다. 자본잉여금이 늘어난 덕분에 회사 자본금은 지난해 말 1219억원에서 지난 2분기 1539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올해 3분기부터 재무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두 차례 추가 자사주 처분으로 1151억원을 확보했으나 이 기간 확정된 투자액만 200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금양의 하반기 투자로는 4680 배터리 R&D센터 건립(320억원), 21700 배터리 설비 투자(175억원), 몽골 Monlaa LLA 지분 60% 취득(782억원), 에스엠랩 지분 20% 취득(1050억원), 동부산 산업단지 잔금·유보금(358억원)이 확인된다. 총 268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총 6100억원을 들여 투자하는 이차전지 공장은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투입될지도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인 만큼 당장 올해 수천억 단위 자금이 투입돼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 차입금 확대에 따라 금양의 단기차입금(만기 1년 내 사채 포함)은 940억원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2분기 말 기준 확인되는 장기차입금과 장기 사채가 649억원이다. 이 둘을 합친 장단기차입금은 1589억원이다.

 

2023년 상반기 1280억원이었던 금양의 차입금 규모는 올해 3분기 16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수천억원 단위 투자가 확정적인 만큼 금양으로선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차입을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메자닌 발행 가능성도 있다.

차입을 늘리면 이자비용이 늘어 회사 재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금양이 받은 차입금 이자 수준(6~7%대)을 고려했을 때 차입이 1000억원 늘어날 때마다 이자비용이 연 60억~70억원씩 늘 기 때문이다. 금양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액(75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다.

증자나 메자닌을 택하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최근 이차전지로 시가총액이 7조원에 육박하나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익성 확대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주가도 과거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자금을 조달하든 금양으로선 당초 공표한 수익 목표를 이뤄야 할 상황이다. 금양은 앞서 공정공시를 통해 2024년 예상 경영성과로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161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매출 2131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은 물론 올해 상반기 실적(매출 754억원, 영업손실 75억원)도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

 

금양은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2024년 매출, 영업이익 목표치로 각각 4024억원, 1610억원을 제시했다.(출처=금양 공시 갈무리)

 

신사업에 뛰어든 금양이 이 목표를 빠르게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주산업인 이차전지는 셀 양산능력과 별개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양이 스스로 제시한 경영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지금의 투자는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전망이다.

 

이일호 기자 atom@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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