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그룹 3사의 지배구조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화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이화전기 지분을 18% 이상 확보했다.
5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αCT)를 통해 이날 오후 5시 기준 이화전기의 지분 18.41%를 확보했다. 현 최대주주인 이트론의 지분율(18.97%)과 비교할 때 0.56%p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액트에 가입하지 않은 오프라인 지분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상회할 전망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이아이디와 이트론에 대한 지분도 각각 18.3%, 11.56%씩 확보한 상태다. 최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는 13~19%p까지 좁혀졌다.
이화전기는 이화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이아이디(32.13%)→이트론(29.95%)→이화전기(18.97%)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구축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가장 낮아 경영권 확보가 비교적 쉬운 이화전기에 먼저 화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연대는 이날 이화전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2차 공동보유계약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로서 주식 대량 보유상황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주주총회까지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8월 7.04%의 공동보유계약을 완료했으며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대량보유상황을 보고했다.
회사 측에도 방어 카드는 있다. 이트론이 2021년 5월 인수한 이화전기의 40회차 전환사채(CB)가 해당한다. 총 2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이 CB는 수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반복하면서 전환가능 주식수가 1139만6011주까지 불어났다. 발행주식 총수 대비 5.6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트론이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할 시 총 지분율은 23.29%까지 올라간다.
이들 간의 경영권 분쟁은 김영준 이화그룹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실이 밝혀진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김 회장의 횡령·배임 발생 금액은 이화전기 42억4900만원, 이트론 311억3700만원, 이아이디 416억4800만원이다.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후에도 회사 측은 김 회장의 횡령 금액을 줄여서 공시하며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허위 공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한국거래소는 5월 10일 이화그룹 3사에 대해 주식거래를 정지했다가 11일 재개, 12일 재정지하는 등 결정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관투자자의 수상한 거래도 포착됐다. 메리츠증권이 거래정지 하루 전날인 5월 10일 보유 중이었던 이화전기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것이다. 이에 “증권사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매도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 모든 게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김현 이화그룹주주연대 및 주주연대범연합 대표는 “5월 12일 ‘거래재개 당일 장중 재정지 사태’라는 증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라며 “이는 비단 이화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범죄로 인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과 삶이 송두리째 묶여 버리는 현재 시스템과 거래소, 증권사, 상장기업간의 카르텔 및 폐단을 드러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화그룹 3사의 거래를 재개시키는 것이 소액주주연대의 첫 번째 목표다. 김 대표는 “거래소가 원하는 답변을 회사 측에서 마련해줄 수 없다면 우리 주주들이 단합해 거래재개의 모범답안을 만들고자 한다”라며 “경영진 교체와 같은 인적 쇄신과 지배구조 개선, 거래의 완전성 및 회계투명성 등 물적 쇄신 두 가지를 충족할 때 거래재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질사주로 의심받고 있는 김영준 전 회장과 공범 혐의로 수사 중인 김성규 총괄사장과 완전한 결별을 증명해 내야 하는 책임이 이화그룹 3사에 있는게 명백하지만 그동안 대화를 통해 거래재개와 인적쇄신 진정성에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여전히 이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이화그룹을 우리 주주들의 손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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