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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 유상증자 카드 꺼낸 속사정은

Numbers 2025. 5. 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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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 유상증자 카드 꺼낸 속사정은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차입 구조의 한계와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동시에 완화하기 위한 복합적 전략이 작용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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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사진 제공=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차입 구조의 한계와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동시에 완화하기 위한 복합적 전략이 작용한 조치다. 특히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가 임박한 상황에서 추가 차입은 되레 신용등급 강등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요소였다. 자본 확충 외엔 실질적인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포스코퓨처엠의 최선책으로 평가받는다. 

한계 이른 차입 여력, 빚 대신 자본 선택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일찍이 추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4월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재무구조와 자금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증자와 추가 차입 등 자금조달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증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제출된 증권신고서에서는 "유상증자,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보유자산 매각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왜 차입 또는 회사채가 아닌 주주배정 증자를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은 '더 빌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은 둔화됐고 차입 여력은 바닥에 다다랐다.

2021년까지만 해도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유지했던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공격적 투자로 노선을 바꿨다. 올해 1분기 기준 장기차입금은 1조63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무려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총차입금은 3조7475억원, 순차입금은 3조287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5.1%, 9.5%씩 증가한 수치다.

차입 확대는 자연스럽게 재무비율 전반에 압박을 가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60%대에서 2025년 1분기 말 139%까지 상승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8.1%에서 46.1%로 치솟았다. 현금성 자산도 2024년 말 6442억원에서 올해 1분기 4448억원으로 불과 3개월여 만에 31% 감소하며 유동성 커버리지가 약화됐다.

이 모든 수치들은 단순히 빚이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포스코퓨처엠이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는 투자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이같은 재무지표의 흐름을 "신용도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구조"로 분석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순차입금/EBITDA 배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1.8배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기준인 4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재무적 압박은 실적 부진과 맞물리며 한층 심화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은 크게 흔들렸다. 2024년 연결 매출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고 2000억원대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도 98% 급감한 7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4.6% 감소하는 등 수익성 부진이 이어졌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병행되면서 자금 압박은 커졌다. 이 상태에서 차입을 추가로 일으킬 경우 앞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는 현실이 된다. 단지 '금리 몇 % 올라간다'는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완성차제조사(OEM)와 맺은 장기계약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신뢰성과도 직결된다. 이번 증자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 신뢰도 방어에도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다. 

'신용의 문턱'서 띄운 초강수

이번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 시점이 임박했다'는 점이 꼽힌다.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6∼7월에 기업 신용도를 정기 평가를 실시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초부터 핵심 재무지표 다수가 하향 조정 기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한국신용평가는 하향 검토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5% 미만, 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부터 해당 요건에 모두 부합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총차입금/EBITDA 8배 초과를 하향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역시 2023년부터 초과 상태였다. 실질적으로 하향 트리거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 같은 차입형 조달 수단은 점점 좁아졌다. 채무 조달이 오히려 신용등급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인만큼 '자본 확충'이라는 수단 외에는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완료되면 포스코퓨처엠은 부채비율을 100% 초반대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추가 차입 여력까지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순차입금/EBITDA는 7.9배로 낮아지고 부채비율도 139%에서 105.1%로 개선될 전망이다. 레버리지를 일정 수준 해소함으로써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일부 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시점에서 꺼낸 주주배정 증자 유상증자 카드는 결국 포스코퓨처엠이 신용과 투자의 기로에서 택할 수 있었던 최선책이었던 셈이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