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데이터 관리 및 활용 전문가다. 그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티맥스소프트·엔씨소프트·SK플래닛을 거치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이터 분석 분야에 주로 몸 담았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며 회사가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시기에는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사업을 확장하며 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2일부터 네이버에서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한 김 COO는 회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글로벌 3.0 전략 실행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글로벌 3.0은 내수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는 네이버의 성장 전략이다. 포시마크가 주력하는 C2C(개인 간 거래),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네이버랩스의 AI·로보틱스·디지털트윈 등이 주요 사업이다. 김 CO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라인야후, 네이버웹툰, 포시마크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고 키우는 분들이 계시기에 제가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않더라도 이런 도전이 더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뿌듯할 것"이라고 COO로 선임된 소감을 밝혔다.
배민 확장 공신, 이제 네이버 글로벌 사업 견인
김 COO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사업 고도화·다각화, 글로벌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2015년 CTO로 합류해 개발 조직을 정비했다. 수많은 건수의 실시간 주문을 처리하고, 최적의 배달 경로를 찾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전까지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두각을 나타낸 우아한형제들은 점차 기술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는 2018년부터 로봇, 퀵커머스 등 신사업 발굴에 기여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서빙로봇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엔 임대 형식으로 식당에 실내 서빙로봇을 공급하는 상용화를 성공했다. 회사는 자율주행 로봇을 '딜리'(Dilly) 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서빙로봇 공급 대수를 높였다. 같은 해에 시작된 또 다른 신사업은 퀵커머스 '비마트'다. 비마트는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는 것처럼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면 30분에서 1시간 내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김 COO는 2020년부터 우아한형제들의 CEO를 맡았다. 회사가 글로벌로 눈을 돌린 시기다. 2019년 김봉진 창업자는 글로벌 푸드테크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우아한형제들을 매각했다. 그 뒤 김봉진 창업자가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사업 중심축인 우아DH아시아 총괄을 맡으면서 우아한형제들 대표직을 김 COO에게 넘겼다. 당시 그는 배민을 세계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배민은 우아DH아시아를 통해 베트남, 일본, 홍콩, 대만 등에 진출했다.
네이버에서 김 COO의 과제도 해외 사업 확장이다. 네이버는 라인, 웹툰 등 콘텐츠 사업으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글로벌 3.0 목표인 2027년 매출액 15조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을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네이버가 2023년 1월 약 2조원을 들여 인수한 포시마크는 아직 수익성 개선 단계다. AI 사업에서는 초대규모 AI인 '하이퍼 클로바 X'를 선보였다. 이와 관련해 중동 등 비영어권 국가 위주로 진출을 도모하는 중이다.
'데이터 활용' 서비스 개발 기대
알고리즘 전문가이기도 한 김 COO는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강점을 쌓았다. 그는 1991년 고교 1학년 때 국제올림피아드에 참여한 영재 출신이다.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엔 국내 컴퓨터 알고리즘 개척자로 불리는 고(故) 좌경룡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티맥스소프트,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 회사를 거치며 데이터 관리 및 활용하는 일을 했다. 티맥스소프트에서는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개발을, 엔씨소프트에서는 게임에서 나오는 빅데이터 관리 업무를 맡았다.
특히 SK플래닛에서는 11번가 서비스 데이터 고도화 작업에 참여했다. 앱 마켓 원스토어(당시 티스토어)와 포인트 적립 서비스 OK캐시백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김 COO는 카이스트 동문 인터뷰에서 "데이터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 또는 서비스가 얼마나 명확한가에 따라 효용과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COO의 데이터 활용 역량은 C2C 플랫폼 포시마크와 AI 서비스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번 김 COO 영입으로 2년 넘게 공석이던 자리를 채웠다. 최인혁 전 네이버 COO는 2021년 6월 직원 사망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원래 예정된 임기는 2024년3월까지였다.
'IT통'인 김 COO가 네이버에서 최수연 대표와 낼 시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외부에서 새로 영입된 만큼 네이버 내부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IT 전문성을 담은 의견을 낼 것이라는 기대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 COO는 기술과 서비스 경영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성과를 낸 인물이라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지속되는 네이버의 글로벌 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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